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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학제적 연구
연구요약, 서론, 결론
Ⅱ. 국가-사회의 관계 속에서 호주제가 가족문화에 미치는 영향 : 비교학적 접근
Ⅲ.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호주제의 의미: 가족관계 및 가족문화적 측면
Ⅳ. 호주제 폐지와 노동시장의 변화
Ⅴ. 호주제 폐지와 경제생활: 조세제도를 중심으로
Ⅵ. 호주제의 한국 복지체계에 대한 영향: 기초생활보장, 모자복지, 아동복지를 중심으로
Ⅶ. 호주제 폐지와 한국 남성의 삶: 사회생물학적 접근
발간등록번호 |
11-1060020-000171-01 |
연구번호 |
2004-13 |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학제적 연구
2004. 8.
연구 수행기관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연구 기간 : 2004. 4. 20. ∼ 2004. 8. 19.
연구 책임자 : 김광억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공동 연구자 : 최재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한경혜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김수정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순영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
배은경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
본 연구는 여성부의 용역과제로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에서 수행하였으며, 본 연구의 결과는 여성부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성부
<연구요약>
1. 연구의 목적과 방법
(1) 연구목적
· 이 연구는 비교인류학, 가족학, 사회학, 사회생물학 등 다학문적 접근을 통해 호주제의 사회적 · 문화적 영향을 분석한 학제간 연구임.
· 그동안 지적되어 온 호주제의 위헌적 성격에 더하여, 호주제가 존치됨으로써 한국사회에 발생한 다양한 사회적 혼란과 개인적 부담을 다각도로 밝히고자 하였음. 이를 통해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분명히 하고, 호주제의 폐지로 나타날 사회적 결과를 좀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예측하고자 함.
· 호주제가 이·재혼가족이나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의 삶에 부담이 되는 제도임을 밝히고, 호주제 폐지가 가족해체와 무관함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에 관한 오해와 불안을 불식하는 데 기여하고자 함.
(2) 연구방법
· 학제간 연구인만큼 비교문화연구, 심층면접, 자료분석 및 문헌연구 등 다양한 연구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였음.
· 호주제 유무와 가족해체는 관련이 없음을 밝히기 위해 한·중·일 세 사회의 가족문화에 대한 비교학적 고찰을 실시함.
· 호주제가 한국 남성들의 삶에 대해 갖는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함.
· 호주제가 가족의 생계유지와 부양 방식에 끼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하여 노동시장, 조세제도, 복지체계의 세 문제영역을 설정하고, 법률·시행령·행정지침 등 관련 문서자료와 각종 통계자료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문헌 연구를 병행 실시함.
· 사회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의 근거를 폭넓게 구성함.
2. 연구의 내용
Ⅱ. 국가-사회의 관계 속에서 호주제가 가족문화에 미치는 영향 : 비교학적 접근
□ 이론적 전제
· 2장에서는 유교적 전통을 사회구조의 기반으로 하고 있는 중국, 한국, 일본 세 사회를 비교학적으로 검토하여 국가-사회-가족과 호주제의 관계를 고찰하였음.
·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호주제가 해방 후에도 존치된 이유는 분단과 전쟁, 폐허, 국가 재건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현대사 속에서 사회질서를 위해 필요한 비용과 부담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존해 온 한국사회의 특수성 때문임. 유교전통의 가족 이념과 제도는 국가가 당면한 상황에 적응하는데 적절한 기제를 제공하는 점이 있었으며, 연좌제 등 정치적 통제를 실시하기 위해 호주제가 행정적으로 필요하기도 했음. 호주제 존치 상황 속에서 가족은 국가를 위한 문화적 기제로서 중시되는 동시에 국가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이고도 모순적인 입장에 놓여왔음.
□ 호주제와 우리 전통과의 관계
· 현행 호주제는 일제가 가족을 국가권력의 통제의 대상이자 단위로 만들기 위하여 종래 조선시대에 전통으로 확립되었던 유교 종법제도를 변경하여 만든 제도로서, 전통적인 호, 호주 개념과 다름. 현행 호주제는 혈연에 기반하여 인식되는 탈공간적 관계의 망에 의하여 성립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호(戶) 개념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인 가(家) 개념과 상통하는 것으로, 조선조의 호주제와는 구분되어야 함.
□ 한·중·일의 가족제도와 관행
· 한국에서 유교적 종법 체계가 관행적으로 정착된 것은 조선조 중기 이후의 일로 역사가 300여 년에 불과함. 조선조에서 부계율에 의한 적장자의 설정은 제사를 장남에게 상속함으로써 재정적인 뒷받침이 장남에게 주어져야 했던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 즉 제사상속과 재산상속이 밀접히 연관되어 장남과 그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계승의 원칙을 만들어냈던 것임.
· 전통시대의 중국에서는 종법체제나 조상숭배가 특정 신분에게만 폐쇄적으로 허용되는 특권적 제도가 아니었음. 누구든지 조상을 위한 사당과 위토와 종족 공독묘지를 장만함으로써 그 조상을 정점으로 하는 종족을 성립시킬 수 있었음. 반면 조선조 한국에서는 일반 백성이 종족의 시조가 되어 거창한 제례를 행하는 것이 국법상 불가능했음. 즉 유교문화 자체가 이미 특정 엘리트 신분계급의 특수문화로 실천되어 왔던 것이며, 부계율에 따른 종법제도가 국가 이념의 차원에서 강요되었던 맥락을 이해해야 함.
· 한국의 가족·친족관계가 혈연을 중시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개인이 경제적 단위로서의 이에(家)를 떠나면 이전의 가족관계와 절연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됨. 이성불양(異姓不養)의 원칙이 없으며 사위를 입양하기도 함(壻養子). 여자가 시집가면 시집의 성으로 바뀌는데 서양자로 들어간 사위도 처가의 성으로 바꿈. 따라서 일본에서는 동일 조상의 자손임에도 성이 다른 사람들이 많으며, 이러한 관행은 전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음. 이러한 제도 하에서는 오직 부계로 이어지는 조상에 대한 제사가 불가능함. 메이지 시대에 남자본위, 적출본위, 장자본위의 가독상속(家督相續)을 기본으로 하는 호주제가 법제화되었으나, 2차대전 이후 폐지되었음.
□ 호주제에 대한 비교학적 관찰
· 조선조 사회에서 혈통에 대한 절대적 신앙은 정치적 경제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지위로서의 ‘양반’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세습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발생했음. 현대에 와서 사회적 경제적 기회가 남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남계친 호주제에 대한 신앙이 더욱 강화되기도 했음.
·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식의 호주제가 없으므로 가족의 법적인 구성이 다양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와해되거나 사회질서 체제가 혼란에 빠지지는 않음. 오히려 또 다른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기존의 가족 유형이 첨가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임. 흔히 해체 또는 와해라고 말해지는 현상은 사실은 가족이 외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적응기제로서 새로운 면모를 갖추는 것임.
·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의 가치, 그리고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새로운 현실을 담아내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호주제를 존치함으로써 엄연한 문화변동의 현실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은 문제임. 이로 인해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상상의 경험에 의존하여 전통적 제도에 스스로 집착하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음. 따라서 호주제는 빠른 시일내에 폐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
Ⅲ.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호주제의 의미: 가족관계 및 가족문화적 측면
□ 연구의 전제 및 방법
· 호주제는 흔히 ‘여성의 문제’만으로 인식되고 있음. 그러나 남성 역시 무게는 다르더라도 호주제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 호주제의 폐해와 관련된 논의를 남성, 여성, 자녀 등으로 분리할 것이 아니라 단위로서의 가족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안에 있는 남성의 경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음.
· 호주제가 한국 남성들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면서 일상에 작용하고 표출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12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자료를 분석하였음.
□ 조사연구 결과
· 남성들은 호주제를 상징적 의미나 명분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음. 그러나 호주제 존치를 주장하는 남성들도 호주제와 관련된 구체적 피해사례를 가지고 의견을 물었을 때는 폐지에 호의적이었음.
·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준거하는 가족의 이미지는 소위 ‘정상 가족’의 그것임. 호주제가 전제하는 가족상은 현실 가족의 모습과 괴리되어 있지만, 남성들은 이미 그들의 일상수준에서 너무도 익숙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함.
· 호주제가 기초하고 있는 장남직계가족 규범은 소자녀화 및 핵가족화 추세를 보이는 한국가족의 현실과 부조응함. 본 조사에서 면접한 장남들은 호주=장남=가장이라는 개념 위에서 장남으로서의 규범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양가적 측면을 나타내었음.
· 한국사회에서 재혼가족은 성이 다른 아이들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특히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지게 됨. 호주제의 폐해에 대한 논의는 이·재혼 가족의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많이 이루어져 왔음. 본 조사에서 재혼 가족에 속한 남성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 더욱이 편부 가족의 가족관계적 취약성이 더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들 가족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음.
□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제언 및 폐지의 효과
· 호주제 폐지에 대하여 남성들을 설득하고 홍보하는 작업은 추상적인 방식보다는 일상에서 피해를 겪는 구체적 사례들을 드라마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접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됨.
· 한국가족은 제도와 혈연적 결속보다는 친밀성에 기초하는 집단으로 그 성격이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민주적 가족관계와 가족문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 호주제 폐지는 한국가족의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됨. 특히 남아선호 현상의 완화, 출산과 관련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통제권 강화, 가족의 ‘폐가’ 부담으로부터의 자유, 한부모 가족과 이·재혼 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완화 등의 효과가 예측됨.
Ⅳ. 호주제 폐지와 노동시장의 변화
· 호주제가 구현하는 가족이념에 따르면 남성가장은 가족의 대표자인 동시에 생계부양자가 됨. 따라서 호주제는 남성가장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안정적으로 고임금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제도적·이데올로기적 기반이 됨.
□ 남성생계부양자 모델과 한국의 노동시장
·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의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은 현실적인 경제적 기반이 매우 허약함. 가족주기형 임금을 받는 남성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고 세대주의 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가족의 비율도 낮음.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경제적 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에 기혼여성의 취업형태로서 파트타임 노동도 발달하지 않음.
· 이렇게 경제적 기초가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이 매우 강하며, 이것이 여성 우선 정리해고 등으로 나타나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한하고 있음.
· 호주제적 가족만이 ‘정상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취업은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되고, 그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여성 자신도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하면서도 자신의 취업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순적 현실이 발생하고 있음. 이는 남성 ‘가장’ 대신 여성이 취업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호주제의 이데올로기적 효과 때문임.
□ 노동시장에 대한 호주제의 이데올로기적 영향
·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가족책임 전담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음. 여성들은 살림하는 주부인 동시에 가족의 생계부양자가 되어야 하고 가족의 자산을 운영하여 재산을 확대시키는 등 이중 삼중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음.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경제적 토대가 취약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서 부양받을 수 없지만, 남성 호주를 ‘가장’으로 보는 호주제의 이념이 워낙 강력하게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양받지 못함을 표면화시킬 수도 없는 것이 한국 여성의 현실임.
· 호주제 폐지는 한국사회가 비현실적인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벗어나 양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임.
Ⅴ. 호주제 폐지와 경제생활: 조세제도를 중심으로
□ 경제적 관점에서 본 호주제
· 1990년 개정 이전의 민법에는 호주권과 함께 호주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었음. 이를 통해 볼 때 호주제는 호주 1인에게 전체 가족구성원의 부양의무를 지우고, 이를 위해 가족재산의 관리와 가족통솔의 권리를 통째로 호주에게 이양하는 경제적 제도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음.
· 최근의 사회 변화 속에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과 성별분업 체계가 현실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으나, 남성 가장(家長)과 그의 식솔을 돌보는 전업주부 여성이라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여전히 ‘정상적인’ 것으로 가정됨으로써 여러 가지 제도적 지체 현상과 경제관행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음. 5장에서는 조세 제도, 특히 소득세제와 부부재산제를 중심으로 호주제가 일반인의 경제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음.
□ 소득세제를 둘러싼 정책적 쟁점들
· 소득세는 국민 개개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며, 그 과세원칙은 국가가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해 가진 입장과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임.
· 응능부담의 원칙, 누진과세의 원칙과 아울러 과세 단위 문제가 소득세 문제를 둘러싼 중요한 정책적 쟁점임. 특히 소득과 저축, 재산형성 및 소비와 같은 일반인의 경제생활 대부분이 가족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과세 단위를 개인으로 할지, 부부나 자녀를 합산하는 가족단위 과세를 할 지가 중요한 정책적 선택이 됨.
· 우리나라는 개인단위 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자산소득에 대해서는 부부합산과세를 해 오다가 2002년 8월 위헌결정에 따라 다시 개인단위 과세로 통일되었음. 종래의 부부합산과세는 부부 각자가 자산소득을 가진 경우 모두를 인위적 자산분산 사례로 보아 중과세한 것으로, 이는 호주 한 사람이 가족재산의 소유자라고 하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음. 그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얻고 자산을 형성한 기혼 여성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했음. 이는 호주제가 여성의 재산권 행사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임.
□ 호주제와 부부재산제의 관계
·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소득세의 개인별 과세와 부부별산제는 얼핏 부부 각자가 경제생활을 하고 각자의 재산을 형성하는 것을 인정하는 제도처럼 보이나,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가족생활과 경제적 관행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실질적으로 남녀차별적인 효과를 내고 있음.
· 현재의 부부별산제 하에서 명의자는 배우자의 동의 없이 언제든지 본인 명의의 부부재산을 처분할 수 있으며, 명의가 없는 배우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음.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누가 어떻게 부부재산 형성에 기여했는지에 관계 없이 일단 남편의 명의로 해 두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음. 이는 남성을 가장, 즉 가족의 우두머리이자 가족자산의 소유자이며 계승자로 보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일반인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으로, 호주제가 여성의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임.
□ 소득공제와 ‘세대주’의 지위
· 과세대상 소득금액에서 일정액을 빼 주는 소득공제 제도는 최저생활비 면세원칙과 여타의 정책적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것임. 그러나 기본공제의 배우자공제와 공제대상 부양가족범위는 호주제적 가족을 전제로 함으로써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현대 가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함. 추가공제의 부녀자공제 및 양육비공제가 여성만을 적용대상으로 한 것에는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을 여성이 전담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호주제적 가족 이미지가 반영되어 있음.
· 가족간의 경제적 공평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세대주’에게만 주어지는 각종 경제적 특혜가 있으나 이는 세대 내에 호주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주와 같은 사람이 세대주가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호주에 대한 특혜와 같음. 남편과 이혼 또는 사별하지 않고서는 기혼여성이 호주가 되는 경우가 없는 현행 호주제의 현실에서 이같은 호주/세대주 우대는 여성들의 재산형성과 독립적 경제생활에 많은 불이익을 초래함.
Ⅵ. 호주제의 한국 복지체계에 대한 영향: 기초생활보장, 모자복지, 아동복지를 중심으로
· 6장은 복지제도와 가족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의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구체적으로 호주제적 구조와 특성, 가족범위 및 경계가 어떤 방식으로 복지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음. 특히 호주제적 가족관념이 특히 드러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모자복지법, 소년소녀가장과 입양아동문제를 분석대상으로 하였음.
□ 호주제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가족’ 개념의 연관성
· 실질적인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생계보장을 해야하는 공공부조가 호주제적인 가족 관념에 의해 왜곡되어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
· 특히 모자가정과 ‘출가한 딸’ 규정이 실제 가족과 호주제 법 상의 가족 개념 간의 괴리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이를 검토하였음.
· 모자가정은 사회보장의 기본단위인 독자적인 가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계혈통의 질서에 따라 시가와 친정을 오가는 친족단위 속에 재편입된다는 점에서 호주제적 가족관념을 읽을 수 있음.
· ‘출가한 딸’의 경우 여전히 남편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호주제의 남계중심적 가족관념의 영향력을 보여줌.
□ 호주제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 호주제로 인해 복지적 권리가 왜곡되고 적절한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대표적인 범주인 저소득모자가정과 소년소녀가장, 입양아동의 문제를 살펴보았음.
· 저소득모자가정은 법률적으로 적절한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음. 호주제적 가족제도와 문화는 모자가정의 복지필요를 ‘요보호 여성’의 범주나 빈곤정책의 하위범주로만 포섭할 뿐, 독자적인 가구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고 있음.
· 배타적 혈통주의적인 호주제에 토대하고 있는 한국복지체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은 소년소녀가장과 요보호아동과 같이 ‘정상적’ 가족의 울타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아동들임.
□ 한국 가족주의적 복지체제의 호주제적 기초
· 한국사회 복지구조의 호주제적 특성은 가족주의 혹은 가족중심적인 여타 서구 복지국가와 다른 종류의 특수한 가족주의적 복지체제를 재생산하고 있음.
· 한국의 가족주의 복지체제에서는 부계혈통 및 가계계승의 우위 하에 ‘여성이 독자적인 가구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가 부정되고 있음.
· 관계보다는 혈통과 촌수를 중심으로 한 가족개념은 가족의 경계와 범위에 집중하면서 안으로는 위계적인 동시에 밖으로는 배타적인 개념임. 이러한 가족개념은 실질적으로 가족을 위한 복지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하며 오히려 가족에 의한 복지에 의존하고 있음.
· 호주제에 의해 중층결정된, 혹은 호주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가족 개념 및 정책의 총체적 재점검이 요청됨.
Ⅶ. 호주제 폐지와 한국 남성의 삶: 사회생물학적 접근
□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부계혈통주의의 모순
· 부계혈통주의의 생물학적 비정당성을 논하는 것이, 자연계에 부계혈통주의에 기반한 호주제가 없으니 인간사회에도 없어야 한다는 단순한 당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현행 호주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며, 호주제 존치를 고집하는 논리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제시할 수 없음.
· 우리나라 현행 호주제는 부계혈통주의를 기반으로 함. 그런데 자연계에서 번식의 주체는 암컷이기 때문에 부계혈통주의는 매우 인위적인 현상임. 이는 부계 혈통 자체가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세대를 거듭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줌.
· 수정 시 핵의 융합과정에서는 암컷과 수컷의 유전자가 절반씩 결합하지만, 핵을 제외한 세포질은 암컷에게서만 옴(미토콘드리아의 DNA). 그러므로 생물의 계통을 밝히는 연구에서는 대체로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분석하여 암컷의 계보를 추적함. 반면 Y염색체의 유전자로 생물의 오랜 혈통을 추적하면 도중에 끊길 확률이 높음. 그러므로 부계혈통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근거가 없음.
· 자연계의 족보, 즉 개체군 생명표에는 수컷의 수를 기록하지 않음. 개체군의 성장률을 계산하는 데는 암컷의 수만 필요하기 때문임. 이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상 수컷의 정보를 기록하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족보와 호주제는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했다는 데 문제가 있음.
□ 호주제 폐지 후의 한국 남성의 삶에 대한 예측
· 현행 호주제는 여성에게만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 남성의 삶 역시 구속하는 제도임. 이 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논하였음.
· 첫째, 다른 나라의 남녀 사망률을 보면 20-30대에서 큰 차이를 보이다가 40대에 들면서 비슷해지는데, 우리나라의 남성사망률은 40-50대에서 치솟는 매우 특이한 양상을 보임. 한국 중년 남성의 사망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누리는 동시에 중압감을 짊어져야 하는 남성의 현실을 반영함. 가부장제의 제도적 핵심을 이루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남성 사망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됨.
· 둘째, 현재 한국 남성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됨. 이는 그들이 갖는 가장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아버지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보여줌, 가부장의 권위를 포기함으로써 남성의 삶의 질은 오히려 향상될 것이며, 호주제 폐지는 이를 촉진할 것임.
· 호주제 폐지는 이 사회가 양성협력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탄이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상징성을 가짐. 변화하는 시대를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열고 맞이할 때, 남성 자신들의 행복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임.
<차례>
Ⅰ. 서론
1. 연구 배경
2. 연구 목적
3. 연구 방법
Ⅱ. 국가-사회의 관계 속에서 호주제가 가족문화에 미치는 영향 : 비교학적 접근김 광 억
1. 머리말
2. 이론적 전제
3. 정치적 맥락에서의 가족 개념과 이념
4. 가(家)와 호(戶)의 개념
5. 가족(호주제) 속의 남자와 여자
1) 한국의 경우
2) 중국의 경우
3) 일본의 경우
6. 호주제에 대한 비교학적 관찰
1) 호주제의 폐지가 전통적 사회질서 체제를 와해시키는가?
2) 핏줄에 대한 제도와 상징의 사이에서 호주제를 보자
7. 맺음말
Ⅲ.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호주제의 의미: 가족관계 및 가족문화적 측면 한 경 혜
1. 머리말
2. 연구방법
3. 조사대상자 특성
4. 조사결과
1) ‘정상가족’에 대한 이미지
2) 호주승계와 장남됨의 부담
3) 이혼·재혼가족의 문제
5. 맺음말
Ⅳ. 호주제 폐지와 노동시장의 변화김 순 영
1. 머리말
2.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과 여성의 노동시장참여
1)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
2)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과 여성의 경제활동
3. 한국노동시장의 성차별 현실
1) 종사상 지위
2) 직업별 분포
3) 기업규모별 분포
4) 임금격차
4. 호주제 폐지 후의 과제: 일본의 경험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5. 맺음말
Ⅴ. 호주제 폐지와 경제생활: 조세제도를 중심으로배 은 경
1. 머리말
2. 소득세제의 중요성과 정책적 쟁점들
3. 개인별 과세와 부부재산제도
1) 과세단위의 문제
2) 부부재산제도와의 관계
4. 소득공제
1) 기본공제
2) 추가공제
5. ‘세대주’의 지위
6. 맺음말
Ⅵ. 호주제의 한국 복지체계에 대한 영향: 기초생활보장, 모자복지, 아동복지를 중심으로 김 수 정
1. 머리말
2. 호주제의 가족범위와 복지관련법의 부양의무
1) ‘세 가지 호주제적 가족’과 사회보장법의 가족
2)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와 호주제: ‘출가한 딸’규정과 ‘모자가 정’의 복지
(1) 이혼한 모자가정의 급여 판정
(2) 이혼한 모자가정의 부양의무자
(3) 사별한 모자가정에 대한 부양의무자
(4) 시부모에 대한 사별한 며느리의 부양의무
(5) ‘출가한 딸’의 부양의무
3. 호주제와 사회적 배제: 한부모가족과 소년소녀가장
1) 저소득 모자 가정의 복지
2) 아동복지와 호주제: ‘소년소녀가장’과 입양
4. 가족주의적 복지체제와 호주제
5. 맺음말
Ⅶ. 호주제 폐지와 한국 남성의 삶: 사회생물학적 접근
최 재 천
1. 머리말
2. 부계혈통주의의 생물학적 모순
1) 부계혈통주의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2) 자연계의 족보에는 암컷만 기록한다
3) 자연계의 혈통은 암컷으로 추적한다
4) 부계혈통을 고집할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
3. 자연계의 성 생물학
4. 호주제 폐지 후의 한국 남성의 삶
1) 대한민국 남성의 사망률
2) 대한민국 남성의 삶의 질
3) 성과 젠더: 생물학적 전환
5. 맺음말
Ⅷ. 결론
참고문헌
<표차례>
<표 3-1> 조사대상자의 기본 사회인구학적 특성
<표 4-1> 주요국 여성취업자의 종사상 지위 분포(전산업)
<표 4-2> 한국노동자의 성별, 혼인상태별 고용형태 분포
<표 4-3> 주요국가 여성취업자의 직업별 분포
<표 4-4> 한국여성취업자의 기업규모별 분포
<표 4-5> 한국 여성노동자의 성별·학력별 임금격차 추이
<표 5-1> 성 및 혼인상태별 경제활동 인구 및 경제활동참가율(2003년)
<표 5-2> 소득공제의 구분
<표 6-1>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규정과 ‘출가한 딸’, ‘모자가정’
<표 6-2> 2003년 모·부자가정 선정기준
<표 6-3> 소년소녀가정현황: 1985-2001
<표 6-4> 위탁아동의 유형과 통계
<표 6-5> 국내외 입양: 1958-2001
<표 7-1> 세계 각국의 남성/여성 사망률
<그림 차례 >
<그림 4-1> 주요국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
<그림 4-2> 전산임금체계
Ⅰ. 서론
1. 연구 배경
호주제란 ‘호주’를 중심으로 일가를 한 호적에 등재하고 호주를 통해 가계를 계승하는 제도로서, 일제시대 이래 한국에서 국가가 법적으로 제정한 가족 법제(法制)로 유지되어 왔다. 일본은 2차대전 종전 이후 자신들이 만든 봉건적 가족법제인 호주 제도를 폐지하였으나, 해방 이후 1958년까지도 새 국가의 가족 법제 체계를 만들지 못하고 일제시대의 민법을 준용하고 있던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호주제가 유지되었다. 1958년 신민법이 제정될 때 호주제는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종법제도와 혼동되면서 일제시대의 모습 그대로 한국 민법 속에 살아남았으며, 이후 몇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도 폐지되지 않은 채 존속되고 있다.
호주제는 실제로 부양과 생활의 공동체로서의 가족을 이루고 있는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단지 호주를 중심으로 편제되는 추상적인 가(家) 제도와 호주승계제도를 통한 그것의 영속성 확보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가족과는 괴리된 법적 제도이다. 일제가 식민지 인구를 관리할 목적으로 일본의 이에(家) 관념과 조선조의 유교적 종법 체계를 뒤섞어 편의적으로 만든 신분등록제도가 바로 호주제이며, 따라서 호주제는 처음부터 한국 가족의 현실이나 가족질서 그 자체와는 구분되는 법적 제도일 뿐이다. 그것은 국가에 의해 법률로 제정되어 있는 제도일 뿐, 실제로 가족을 이루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적 관행에서 제도화된 가족 그 자체가 아니다.
현행 민법상 호주제에서 호주의 지위는 장남자 중심으로 승계되고 여성은 예외적이고 부차적인 경우에만 그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호적에 입적해야 하고 자녀도 부(父)의 호적에 입적하며, 이혼 시에 여성은 자기 자녀와 같은 호적에 있을 수 없다. 이러한 호주제는 그 남녀차별적 성격 때문에 오랫동안 폐지 논란이 있어왔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부터 제기된 호주제 폐지 주장은 그 후 여러 차례의 민법개정 때마다 다시 제기되었으나 실현되지 못하다가, 1990년대 말경부터 명시적으로 호주제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운동이 결성되는 등 본격적으로 사회 쟁점화되어 2000년에는 111개 시민·사회·여성 단체에 의해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가 발족되어 국회에 민법개정 청원을 하는 등 광범한 사회적 합의를 얻기에 이르렀다. 1999년과 2001년에는 유엔 인권규약감시기구에서 우리 정부에 호주제 폐지를 권고하였으며, 2001년과 2003년에는 각기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과 서부지원에 의해 호주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었고, 2003년 3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호주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 간의 종적 관계, 부계우선주의, 남계혈통계승을 강제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적”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3년 국회에 제출된 몇 건의 호주제폐지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16대 국회의 임기가 다함으로써 호주제 폐지가 완료되지 못하고 있으며, 위헌법률심판 역시 여전히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상태에 있다.
호주제는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법제일 뿐 아니라 일제의 식민 잔재이자 봉건적 제도이며, 이·재혼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적합하게 반영하지 못하여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으므로 폐지되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호주제의 본질과 기능을 오해하여 막연히 불안해 하거나 폐지의 필요성을 의문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실질적으로 호주제 폐지의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클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정비용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과제는 한편으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는 것과 아울러, 그간 호주제가 존치됨으로써 한국 사회가 겪어야 했던 다양한 사회적 부담들을 좀더 복합적이고 현실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호주제 폐지가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의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하는 일일 것이다.
2. 연구 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기왕에 지적되어 온 호주제의 문제점에 더하여, 호주제가 존치됨으로써 한국사회가 짊어져야 했던 매우 다양한 부담을 구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호주제의 폐해는 이·재혼 여성과 같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제도적, 문화적, 개인적인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인의 삶에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켜 왔으며 한국사회의 현실적 변화와도 맞지 않는 법제이다. 이 연구는 다양한 학문적 접근과 방법론을 사용하는 다학문적·학제적 분석을 통해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럼으로써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좀더 분명히 하고, 호주제의 폐지가 가져올 사회적 결과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예측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에서 특히 이 연구가 중점을 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호주제가 이·재혼가족이나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의 삶에 부담을 주고 있는 제도임을 복합적으로 밝히고자 하였다. 남성의 가족생활에 대한 질적 연구, 노동시장·조세제도·복지체계 등 일반인의 생계 및 부양을 둘러싼 제도적 문제들과 호주제의 연관성을 탐구함으로써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둘째, 특히 호주제 폐지와 가족해체가 무관하며 호주제는 생물학적·자연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것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유교문화를 공유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3국의 가족제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비교연구와 호주제에 대한 사회생물학적 연구는 특히 이러한 목표를 위해 수행되었다.
3. 연구 방법
이 연구는 문화인류학, 가족학, 사회학, 사회생물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분석하는 학제간 연구이며, 학제간 연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하여 비교문화연구, 심층면접, 자료분석 및 문헌연구 등 다양한 연구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였다. 연구에 사용된 방법을 구체적으로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호주제 유무와 가족해체는 관련이 없음을 밝히기 위해 한·중·일 세 사회의 가족문화에 대한 비교학적 고찰을 실시하였다. 둘째, 호주제가 한국 남성들의 삶에 대해 갖는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셋째, 호주제가 가족의 생계유지와 부양 방식에 끼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하여 노동시장, 조세제도, 복지체계의 세 문제영역을 설정하고, 법률·시행령·행정지침 등 관련 문서자료와 각종 통계자료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문헌 연구를 병행 실시하였다. 넷째, 사회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의 근거를 폭넓게 구성하였다.

Ⅷ. 결론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호주제가 해방 후에도 폐지되지 않고 존치된 이유는 분단과 전쟁, 폐허, 국가 재건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현대사 속에서 호주제나 가족에 관한 법제도의 개선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여건 때문이다. 나아가 바로 그러한 현대사적 상황이 오히려 정부로 하여금 호주제를 존치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유교전통의 가족 이념과 제도가 국가가 당면한 상황에 적응하는데 적절한 기제를 제공하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좌제 등 정치적 통제를 실시하기 위해 호주제가 행정적으로 필요하기도 했다. 즉 호주제 존치 상황 속에서 가족은 국가를 위한 문화적 기제로서 중시되는 동시에 국가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이고도 모순적인 입장에 놓여왔던 것이다.
2장에서는 유교적 전통을 사회구조의 기반으로 하고 있는 중국, 한국, 일본 세 사회를 비교학적으로 검토하여 국가-사회-가족과 호주제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현행 호주제는 일제가 가족을 국가권력의 통제의 대상이자 단위로 만들기 위하여 종래 조선시대에 전통으로 확립되었던 유교 종법제도를 변경하여 만든 제도로서, 혈연에 기반하여 인식되는 탈공간적 관계의 망에 의하여 성립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호(戶) 개념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인 가(家) 개념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행 호주제는 호 개념에 근거한 조선조의 호주제와는 다른 것으로,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조선조 중기 이후에 유교적 종법 체계가 관행적으로 정착되었다. 조선조에서 부계율에 의한 적장자의 설정은 제사를 장남에게 상속함으로써 재정적인 뒷받침이 장남에게 주어져야 했던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제사상속과 재산상속이 밀접히 연관되어 장남과 그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계승의 원칙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전통시대 중국에서는 종법체제나 조상숭배가 특정 신분에게만 폐쇄적으로 허용되는 특권적 제도가 아니었다. 누구든지 조상을 위한 사당과 위토와 종족 공독묘지를 장만함으로써 그 조상을 정점으로 하는 종족을 성립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조선조 한국에서는 일반 백성이 종족의 시조가 되어 거창한 제례를 행하는 것이 국법상 불가능했다. 즉 조선조에서는 유교문화 자체가 이미 특정 엘리트 신분계급의 특수문화로 실천되어 왔던 것이며, 부계율에 따른 종법제도가 국가 이념의 차원에서 강요되었던 맥락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가족·친족관계가 혈연을 중시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개인이 경제적 단위로서의 이에(家)를 떠나면 이전의 가족관계와 절연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이에가 혈통을 따라 이어지기보다는 경제적 단위이기 때문에, 성(姓) 역시 혈통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 일본에는 이성불양(異姓不養)의 관습이 없으며 사위를 입양하기도 하는데(壻養子), 여자가 시집가면 시집의 성으로 바뀌는것처럼 서양자로 들어간 사위도 처가의 성으로 바꾼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동일 조상의 자손임에도 성이 다른 사람들이 많으며, 이러한 관행은 전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남자본위, 적출본위, 장자본위의 가독상속(家督相續)을 기본으로 하는 호주제가 법제화된 것은 메이지 유신 때였으나, 이러한 호주제는 2차대전 이후 폐지되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식의 호주제가 없으므로 가족의 법적인 구성이 다양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와해되거나 사회질서 체제가 혼란에 빠지지는 않는다. 가족의 법적 구성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기존의 가족 유형이 첨가되는 것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흔히 해체 또는 와해라고 말해지는 현상은 사실은 가족이 외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적응기제로서 새로운 면모를 갖추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의 가치, 그리고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새로운 현실을 담아내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호주제를 존치함으로써 엄연한 문화변동의 현실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상상의 경험에 의존하여 전통적 제도에 스스로 집착하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3장에서는 호주제가 한국 남성들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면서 일상에 작용하고 표출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12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자료를 분석하였다. 조사 결과 한국 남성들은 호주제를 상징적 의미나 명분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호주제 존치를 주장하는 남성들도 호주제와 관련된 구체적 피해사례를 가지고 의견을 물었을 때는 폐지에 호의적이었다. 이는 호주제 폐지에 대하여 남성들을 설득하고 홍보하는 작업은 추상적인 방식보다는 일상에서 피해를 겪는 구체적 사례들을 드라마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접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일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남성들 중에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말할 때 준거하는 가족의 이미지는 소위 ‘정상 가족’의 그것이다. 실제로 호주제가 전제하는 가족상은 현실 가족의 모습과 괴리되어 있지만, 남성들은 이미 이런 가족상을 일상수준에서 너무도 익숙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것이다. 호주제가 기초하고 있는 장남직계가족 규범은 소자녀화 및 핵가족화 추세를 보이는 한국가족의 현실과 실제로 부조응한다. 본 조사에서 면접한 장남들은 호주=장남=가장이라는 개념 위에서 장남으로서의 규범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양가적 측면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재혼가족은 성이 다른 아이들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특히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지게 된다. 호주제의 폐해에 대한 논의는 이·재혼 가족의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많이 이루어져 왔으나, 본 조사에서는 재혼 가족에 속한 남성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편부 가족의 가족관계적 취약성이 더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들 가족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가족은 제도와 혈연적 결속보다는 친밀성에 기초하는 집단으로 그 성격이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민주적 가족관계와 가족문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제 폐지는 한국가족의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남아선호 현상의 완화, 출산과 관련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통제권 강화, 가족의 ‘폐가’ 부담으로부터의 자유, 한부모 가족과 이·재혼 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완화 등의 효과가 예측된다.
4장에서는 호주제와 노동시장의 변화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호주제가 구현하는 가족이념에 따르면 남성가장은 가족의 대표자인 동시에 생계부양자가 된다. 한국사회에서 호주제는 남성가장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안정적으로 고임금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의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은 현실적인 경제적 기반이 매우 허약하다. 가족주기형 임금을 받는 남성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고 세대주의 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가족의 비율도 낮은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경제적 기초가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호주제적 가족만이 ‘정상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취업은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되고, 그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여성 자신도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하면서도 자신의 취업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순적 현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 ‘가장’ 대신 여성이 취업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호주제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경제적 토대가 취약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족책임 전담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여성들은 살림하는 주부인 동시에 가족의 생계부양자가 되어야 하고 가족의 자산을 운영하여 재산을 확대시키는 등 이중 삼중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서 부양받을 수 없지만, 남성 호주를 ‘가장’으로 보는 호주제의 이념이 워낙 강력하게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양받지 못함을 표면화시킬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제 폐지는 한국사회가 비현실적인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벗어나 양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실제로 경제활동을 통해 가족생활에 기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 인식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5장에서는 조세 제도, 특히 소득세제와 부부재산제를 중심으로 호주제가 일반인의 경제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검토하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호주제는 호주 1인에게 전체 가족구성원의 부양의무를 지우고, 이를 위해 가족재산의 관리와 가족통솔의 권리를 통째로 호주에게 이양하는 봉건적·가산제적 가족경제 모델로 볼 수 있다. 이는 1990년 개정 이전의 민법에는 호주권과 함께 호주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최근의 사회 변화 속에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과 성별분업 체계가 현실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으나, 남성 가장(家長)과 그의 식솔을 돌보는 전업주부 여성이라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여전히 ‘정상적인’ 것으로 가정됨으로써 여러 가지 제도적 지체 현상과 경제관행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
호주제와 관련하여 소득세제상 중요한 정책적 쟁점은 과세단위 문제이다. 개인별 과세를 할 것인지 부부합산으로 할 것인지, 합산한다면 분할주의를 택할 것인지 비분할주의를 택할 것인지에 따라 개인이 부담해야 할 세액이 달라지는데, 어떤 과세단위를 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국가가 현실적인 경제단위로서의 가족에 대해 어떤 입장과 관점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개인단위 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자산소득에 대해서는 부부합산과세를 해 오다가 2002년 8월 위헌결정에 따라 다시 개인단위 과세로 통일되었다. 종래의 부부합산과세는 부부 각자가 자산소득을 가진 경우 모두를 인위적 자산분산 사례로 보아 중과세한 것으로, 이는 호주 한 사람이 가족재산의 소유자라고 하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그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얻고 자산을 형성한 기혼 여성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했는데, 이는 호주제가 여성의 재산권 행사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부부합산제가 위헌 결정됨으로써 여성도 결혼 여부와 관계 없이 독립된 경제적 주체로서 간주되어야 하고 호주제적 가족 이미지로부터 탈피할 것이 요청되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현행 부부별산제 하에서 여성들의 재산권 역시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가족생활과 경제적 관행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실질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 현행 부부별산제는 명의자가 배우자의 동의 없이 언제든지 본인 명의의 부부재산을 처분할 수 있으며, 명의가 없는 배우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누가 어떻게 부부재산 형성에 기여했는지에 관계 없이 일단 남편의 명의로 해 두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는데, 이는 남성을 가장, 즉 가족의 우두머리이자 가족자산의 소유자이며 계승자로 보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일반인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호주제가 여성의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타 과세대상 소득금액에서 일정액을 빼 주는 소득공제 제도와 ‘세대주’에게 주어지는 각종 경제적 특혜 역시 문제이다. 세대주에 대한 각종 특혜는 가족들간의 수평적 공평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용인되고 있으나 이는 세대 내에 호주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주와 같은 사람이 세대주가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호주에 대한 특혜와 같다. 남편과 이혼 또는 사별하지 않고서는 기혼여성이 호주가 되는 경우가 없는 현행 호주제의 현실에서 이같은 호주/세대주 우대는 여성들의 재산형성과 독립적 경제생활에 많은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
6장에서는 복지제도와 가족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의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구체적으로 호주제적 구조와 특성, 가족범위 및 경계가 어떤 방식으로 복지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특히 호주제적 가족관념이 특히 드러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모자복지법, 소년소녀가장과 입양아동문제를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실질적인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생계보장을 해야하는 공공부조가 호주제적인 가족 관념에 의해 왜곡되어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모자가정과 ‘출가한 딸’ 규정에서 실제 가족과 호주제 상의 가족 개념 간의 괴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모자가정은 사회보장의 기본단위인 독자적인 가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계혈통의 질서에 따라 시가와 친정을 오가는 친족단위 속에 재편입되며, ‘출가한 딸’의 경우 여전히 남편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호주제의 남계중심적 가족관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주제적 가족제도와 문화는 모자가정의 복지필요를 ‘요보호 여성’의 범주나 빈곤정책의 하위범주로만 포섭할 뿐, 독자적인 가구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복지체계가 배타적 혈통주의적인 호주제에 토대하고 있음으로 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은 소년소녀가장과 요보호아동과 같이 ‘정상적’ 가족의 울타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아동들이다.
한국사회 복지구조의 호주제적 특성은 가족주의 혹은 가족중심적인 여타 서구 복지국가와 다른 종류의 특수한 가족주의적 복지체제를 재생산하고 있으며, 이같은 복지체제 하에서는 부계혈통 및 가계계승의 우위 하에 여성이 독자적인 가구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가 부정되고 있다. 실질적 관계보다는 혈통과 촌수를 중심으로 한 가족 개념은 가족의 경계와 범위에 집중하면서 안으로는 위계적인 동시에 밖으로는 배타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가족개념은 실질적으로 가족을 위한 복지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하며, 오히려 가족에 의한 복지에 의존하게 만든다. 따라서 호주제에 의해 중층결정된, 혹은 호주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가족 개념 및 정책의 총체적 재점검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7장에서는 부계혈통주의의 생물학적 비정당성을 논하였다. 이는 자연계에 부계혈통주의에 기반한 호주제가 없으니 인간사회에도 없어야 한다는 단순한 당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호주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며, 호주제 존치를 고집하는 논리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제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현행 호주제는 부계혈통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자연계에서 번식의 주체는 암컷이기 때문에 부계혈통주의는 매우 인위적인 현상이다. 이는 부계 혈통 자체가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세대를 거듭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정 시 핵의 융합과정에서는 암컷과 수컷의 유전자가 절반씩 결합하지만, 핵을 제외한 세포질은 암컷에게서만 온다(미토콘드리아의 DNA). 그러므로 생물의 계통을 밝히는 연구에서는 대체로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분석하여 암컷의 계보를 추적하고 있다. 만약 Y염색체의 유전자로 생물의 오랜 혈통을 추적하면 도중에 끊길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부계혈통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근거가 없다. 또한 자연계의 족보, 즉 개체군 생명표에는 수컷의 수를 기록하지 않는데, 이는 개체군의 성장률을 계산하는 데는 암컷의 수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족보와 호주제는 매우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있다.
한편 현행 호주제는 여성에게만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 남성의 삶 역시 구속하는 제도라는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논하였다. 첫째, 다른 나라의 남녀 사망률을 보면 20-30대에서 큰 차이를 보이다가 40대에 들면서 비슷해지는데, 우리나라의 남성사망률은 40-50대에서 치솟는 매우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 중년 남성의 사망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누리는 동시에 중압감을 짊어져야 하는 남성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가부장제의 제도적 핵심을 이루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남성 사망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 3장의 논의와 연관되는 것이지만 현재 한국 남성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그들이 갖는 가장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아버지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부장의 권위를 포기함으로써 남성의 삶의 질은 오히려 향상될 것이며, 호주제 폐지는 이를 촉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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