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도 폐지에 따른 법제도의 정비방안

 

발간등록번호

11-1060020-000125-01

정책자료

2003-08

 

 

 

 

연구기간 : 2003. 5. 22 ~ 2003. 8. 21

 

연구책임자 : 김성숙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공동연구자 : 이승우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경희 (한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여성부

 

목차

 

 

제1장 총론

Ⅰ. 서언

Ⅱ. 호주제도개편을 둘러싼 논의의 현황

1. 폐지론

2. 존치론에서의 반론

3. 대안론

Ⅲ. 호주제도의 변화와 그 복합적 성격

Ⅳ.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호주와 가족’ 규정의 구조분석

 

제2장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관련규정의 정비를 위한 검토

Ⅰ. 서

Ⅱ. 민법상의 호주제도의 폐지와 관련규정의 개정 개관

Ⅲ. 자의 성과 본

1. 친생자의 성과 본

2. 양자의 성

Ⅳ. 민법이외의 법령의 정비

Ⅴ. 결어

 

제3장 호주제도를 폐지할 경우 호적제도의 정비방안

Ⅰ. 문제의 제기

Ⅱ. 호적제도의 변화 요인

1. 호주제도의 폐지

2. 호적제도 자체의 변화 요인

Ⅲ. 호적제도의 개선을 위한 이념지표

1. 가족법과의 조화

2. 헌법상의 이념

3. 家의식으로부터의 탈피

Ⅳ.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정립 방향

1.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2. 현행 호적제도의 장점이 유지되어야 한다

3. 호적전산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Ⅴ. 개인별 편제방안의 필연성

1. 제안된 개선방안

2. 개인별 편제방식의 검토

3. 호적전산화 관련문제

4. 신분등록부의 명칭

Ⅳ. 맺는말

 

제4장 결론

 

 

제1장 총론

 

Ⅰ. 서언

Ⅱ. 호주제도개편을 둘러싼 논의의 현황

Ⅲ. 호주제도의 변화와 그 복합적 성격

Ⅳ.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호주와 가족’ 규정의 구조분석

 

Ⅰ. 서언

 

참여정부의 법적 개혁과제 중 가족법상의 현안으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개정안의 처리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법무부와 여성부는 가족법의 성문화 및 그 이후의 핫 이슈인 호주제도의 폐지를 중요 개혁과제로 내세우고, 2003년 5월 16일에는 여성부에 ‘호주제도폐지특별기획단’이 발족되었으며, 2003년 6월 4일에는 법무부에 법무자문위원회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가 구성되어 이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003년 5월 27일에는 호주제도의 전면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의원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것이 성사된다면 법률상의 家 내지 가족제도의 폐지는 물론이거니와, 현행법시대에 들어와서도 호주상속 내지 호주승계제도를 통하여 면면히 이어온 종법제하의 가족규범원리의 두 축 중의 하나인 가계계승에서의 남계혈연계속주의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에 속한다.

호주제도의 개편과 관련하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이다. 호주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그에 따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에서부터 전면 폐지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여 중간단계로서 대만이나 서서민법상의 가장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현행법상의 제문제를 손질하는 선에서 호주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현행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 연구의 목적은 호주제도의 전면 폐지를 염두에 둘 때, 민법 그 밖의 관련 법제에서 정비를 필요로 하는 사항은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그 대안의 제시에 있다. 민법에서의 호주제도 전면 폐지라 함은 민법 제4편 친족 중 제2장 호주와 가족 및 제8장 호주승계를 삭제하고,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호주제도와 무관한 사항을 관련 부분에 새로 규정하고 「戶主」, 「家」라는 용어가 포함된 그 밖의 민법규정을 손질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관련법제의 정비는 두 가지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민법 이외의 법령에서 「戶主와 家族」, 「戶主」, 「家」, 민법상의 「家族」개념이 채용된 규정을 당해 법령의 입법취지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호주제도와 연계되어 개인의 신분관계공시를 규율하고 있는 호적법제의 정비이다.

본론에 앞서, 먼저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호주제도 개편논의에 관한 현황을 정리하여 이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피고자 한다.

 

Ⅱ. 호주제도개편을 둘러싼 논의의 현황

 

현행 민법제정 당시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놓고 볼 때, 부부·친자 중심의 소가족제도의 원리에 기초한 가족법이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되는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는 공동시조봉사단체인 ‘家’를 남계혈통의 남자(장남 또는 장손)에 의하여 상속케 하여 ‘家’를 단절치 않고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동양 특유의 가족제도를 통한 선조숭배라는 유교의 예교사상의 실천이 고래의 순풍미속에 해당한다고 여기면서도, 그 대안을 조선민사령 제11조에 의하여 파악된 관습법상의 가족제도에서 찾고자 하였다. 관습가족법에 기초하고 가족생활의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혁해 나아가고자 한 입법자의 입법방침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관습가족법상의 가족제도가 우리의 전통법제하의 가족제도라기보다는 일본 구민법(明治民法)상의 호주제도의 법리에 의하여 왜곡된 전통 내지 관습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입법작업을 진행하였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듯 하다.1) 이 점은 호주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입법과정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어 계속되게 된 주요 단초의 하나이기도 하다. 호주제도에 관한 논의의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폐지론

 

폐지론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위헌성

 

호주제도 폐지의 가장 강력한 논거라 할 수 있다. 호주제도의 위헌성을 논하는 근거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제시되고 있다.2)

첫째,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여 일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호주를 정점으로 강제적이고 일률적으로 순위 지워지게 함으로써 존엄한 인격을 가진 개인들이 평등한 차원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므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한 헌법 전문 및 제4조 위반이다.

둘째, 개인에게 자신의 법적 지위를 스스로 형성할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결과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자를 지배·복종 관계에 강제적으로 편입시키고 호주 아닌 가족을 호주에게 종속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율적인 법률관계 형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열위의 지위를 강제하여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위반이다.

셋째,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그 구성원 상호간의 평등한 법률관계 형성을 막고 남성에게 호주가 되는 우선적인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합리적 근거 없이 남녀차별을 초래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2항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정한 제36조 제1항 위반이다.

넷째, 기본권제한에서의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위반이다.

이상의 논거에 기초하여 3건의 위헌제청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어 있다[①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2001. 3. 27 2000호파1095 (2001헌가9); 민법 제781조 본문 후단 규정(자는 …부가에 입적한다), ②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0호파1887 (2001헌가11); 무호주의 家로 변경하기 위한 호주변경신청과 관련한 민법 제778조, ③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3. 2. 13. 2002호파262 ;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제781조 제1항 전단].

 

(2) 외래성(비역사성)

 

성문화 과정에서 입법자들은 관습법상의 가족제도를 고래의 순풍미속으로 받아들였지만, 그것의 실상은 일제에 의하여 강제이식된 일본식 호주제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연혁적으로 볼 때, 한국법사에서 호주라는 법률용어가 최초로 실정법에 등장한 것은 건양원년(1896년) 9월 1일 칙령 제61호의 ‘호구조사규칙’에서 이나, 이는 전통적인 호적제도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세조사수단이었고, ‘호주’·‘호주권’이라는 용어가 민법상의 법률용어로 된 것은 1909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민적법’에서 이다. 이에 의하여 전통법제와는 전혀 그 성격을 달리하는 일본식 가제도 내지 호주제도가 등장하게 되었다. 다만, 애초의 민적법에서는 실제 거주단위로서의 가족을 기록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실제의 가족생활과 무관한 추상적인 ‘家’개념의 출현은 1915년 3월 ‘민적법’의 개정에 의해서이다. 물론 일제는 1908년부터 1910년까지 실시한 관습조사보고를 통하여 일본식 가제도 및 호주제도를 관습의 명목으로 의제한 바 있고, 그 내용은 의용에서 제외된 당시의 일본민법의 ‘호주 및 가족’에 관한 규정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었다.3) 현행법상의 호주제도는 이러한 배경에 기초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3) 비현실성

 

현행 민법전을 입법하던 당시의 실정으로는 현실성도 인정될 수 있었을 것이나,4)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가족생활의 실제와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가족생활의 실제는 가구주·세대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호주는 호적상의 필두자로서 관념적 존재에 불과하므로 가족간의 법률관계도 부부·친자간의 권리의무로 규율하면 족하고 따로 호주제도를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의 가족생활과 관계없이 법률상의 형식적인 기준만을 가지고 가 내지 가족제도를 파악하는 한, 그것이 지니는 비현실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4) 낙후성

 

비교법적으로 볼 때, 유사한 제도로서 대만민법상의 가와 가장제 또는 서서민법상의 가장권제도가 있으나 현행법상의 호주제도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고, 법률로 家 내지 가족제도를 강제하고 있는 입법례는 없다는 주장이다.

 

(5) 공허성

 

1990년의 민법개정에 의하여 호주의 실질적 권리의무가 대부분 삭제되어 의미 없는 공허한 제도로 전락하였으니 차제에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 이외에 호주제도로 말미암아 조장되는 ① 여성의 부가입적, ② 자녀의 부가입적, ③ 직계비속의 우선승계, ④ 아들의 우선승계, ⑤ 자녀의 성과 본 및 혼인외자녀의 입적에서의 차별 등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조속한 폐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2. 존치론에서의 반론


위에서 살펴본 폐지론의 논거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위헌성과 외래성(비역사성)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호주제도의 폐지나 성과 본제도의 개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입법적 방식보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라는 사법적 방식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5) 호주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이 곧 호주제도의 존치로 이어지지 아니할 수도 있으나, 일단 존치론6)의 범주에 포함시켜 논하고자 한다. 논자의 개인입장과 다르게 소개되었다면 양해를 구한다.

현행법상의 호주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은 헌법 전문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헌법 제9조와 혼인·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상의 제도적 보장을 입론의 근거로 삼고 있다. 호주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존치론에서의 반론은 두 가지 입장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현행법상의 호주제도를 그대로 두자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호주제도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만 남녀불평등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위헌성을 없앤 상태로 유지하자는 견해이다.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견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이 견해는 1990년 민법개정전의 호주제도에 기초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여러 가지 형태의 변화를 거쳐 오늘에까지 발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 유래와 존재형식면에서 볼 때에는 하나의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것이지 헌법적인 현상은 아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그 규율대상으로 하는 가족법이 ‘전통성’, ‘보수성’, ‘윤리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혼인과 가족관계의 이 같은 헌법외적인 존재형식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따라서 혼인가족관계처럼 헌법외적 현상을 헌법이 그 인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혼인과 가족관계가 지녀온 전통적인 의미와 존재형식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고 헌법이 가족관계의 전통적인 존재형식을 무시한 채 개화 내지 근대화의 이름 아래 이 관계를 지나치게 규범적으로만 주도하고 규제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규범과 현실의 gap만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헌법은 혼인과 가족관계를 규정하면서 한편 ‘남녀평등원리’를 강조하고 또 한편 혼인가족생활의 ‘제도적보장’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청을 동시에 충족시키려고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이 두 가지 원리간의 긴장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7)고 하면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제도적보장’이란 결국 혼인과 가족생활의 민족문화적 전통성 때문에 이것에 바탕을 둔 혼인과 가족제도의 보장을 뜻하지 않을 수 없다”8)는 전제 하에 호주제도의 합헌성을 주장하고 있다. 위헌론의 가장 강력한 논거라고 할 수 있는 평등권과 관련하여 호주제도 및 호주승계제도에 있어서 장남우선주의와 남자우선주의를 정하고 있는 규정들을 “현행가족법의 ‘호주제도’라는 전체적인 테두리 속에서 살피고 또 戶主에게 부여된 가정질서적 권리의무의 측면에서 이해하는 경우 반드시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차별대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고 호주승계순위에 관해서 입법자가 내린 차별대우의 기준도 “적어도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관념에 비추어 볼 때 정의감정을 해치는 정도의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호주승계순위에서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는 것은 “남계혈통계승을 실현시키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남녀를 차별하는 입법권자의 동기가 아직은 평등권을 침해할 정도로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9)고 한다.

이 이외도 추정호주승계인인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의 법정분가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도 가족원의 개인의사를 무시하고 지배권을 가진 호주 내지는 가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상의 개인의 존엄에 위배된다고 하나, 호주의 직계비속장남도 임의분가할 수 있고 호주승계권을 포기할 수 있으므로 문제되지 아니하며, 호주라는 민법상의 지위가 사회적 특수계급에 해당될 수 없다는 이유를 피력하기도 한다.10) 호주의 직계비속장남도 임의분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고 종래의 호적에 그대로 남기를 원하는데, 그러한 의사를 무시하고 법정분가를 강제하는 것도 개인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후자에 속하는 견해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혼인과 가족생활 영역에 대한 입법에 있어서 입법자는 혼인과 가족생활과 관련한 역사와 전통 및 문화를 고려하여 넓은 형성의 자유를 가지고서 규율할 수 있다. 다만 그 형성의 자유의 한계로서 헌법이 들고 있는 것이 바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함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하여야 하며, 이러한 존엄권과 양성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자는 넓은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호주제도가 이러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의 한계에 머무르는 한, 호주제도 그 자체를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민법상 호주제도와 관련한 제규정이 개인으로 하여금 자율적 의사에 반하여 호주가 될 것을 강요한다든가, 호주제도와 호주승계제도가 양성 중 어느 일방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져 있다면 이는 양성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따라서 “호주제도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전면적으로 다른 체계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호주제도를 그대로 놓아 둔 채, 남녀평등의 원칙에 합치되는 방법으로” 개선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자유로이 선택할 사항이라고 한다.11) 이러한 관점에서 검토할 때 호주제도의 근거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 제778조는 위헌으로 보기 어렵고,12) 호주승계순위를 정하는 민법 제984조는 위헌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13)


3. 대안론


위헌의 소지가 있거나 남녀평등에 반하는 규정들을 삭제하는 선에서의 개정을 하고 현행 호주제도를 그대로 존치토록 하자는 방안이나, 호주라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전근대성·낙후성·비민주성·남녀불평등성을 감안하여 현행법상의 호주개념을 삭제하고 家 내지 가족개념을 재정립하여 존치시키되, 남녀평등에 반하는 규정들을 정비하자는 방안도 호주제도개선을 위한 대안의 하나라고 본다. 이와 같은 대안 외에 학계에서는 현행호주제도를 폐지하고 대만이나 서서민법과 유사한 내용의 임의적 가장제도로 전환하도록 하며 호주승계제도 역시 폐지하고 이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는 가계계승제도는 별도의 종중법을 제정하여 규율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유력하게 주장된 바도 있다. 즉 “현행법상의 家는 전혀 형식적인 호적상의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호주제도 내지 호주상속제도도 그에 따라 호적상의 존재이며 실질적 가족생활이나 제사상속과 반드시 부합한 것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제도·호주상속제도의 폐지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폐지는 가정의 리이더의 제거, 제사계승제도의 철폐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법정분가제도, 강제분가제도로 인하여 직계가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호적상으로도 핵가족화, 소가족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우를 표명하는 것은 전통적 가족제도의 실체 및 그 순풍미속성에 대한 오해에 말미암은 것이고, 일제시대에 형성된 일제식 가제도, 호주제도의 강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이나 그런대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호주제도와 호주상속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찬반의 사이에 가로놓인 틈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과도기적 조치로서 중화민국민법이나 스위스민법과 같은 가장제도를 설치”토록 하자는 견해이다.14) 이와 같은 제안은 1990년 민법개정에 의하여 호주제도의 성격변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마련된 민법개정 법무부안에 포함되었으나 당정 협의과정에서 묵살되었다고 한다.15) 이와 유사한 견해로는, 현실적 생계가족공동체인 가족을 단위로 하여 그 가족의 임의적 대표로서 가장을 둘 수 있게 하며 가족과 가장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기 위해 호적부와 주민등록제도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하여 가족부제도를 신설하고 가장은 가족에 대한 보호와 후견적인 책무를 수행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16) 이 이외도 한국식 가장제도라 할 수 있는 가적제도의 신설,17)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조상봉사자는 관습에 맡기자는 견해18)도 절충적 대안론에 속한다.



Ⅲ. 호주제도의 변화와 그 복합적 성격



최근에 행해진 호주제에 관한 국민의식조사에 의하면, 45.8%가 폐지 또는 수정·보완을 요구하였으며, 52.3%가 그냥 두어야 한다, 1.9%가 모르겠다고 답하였다고 한다.19) 이 결과를 선행조사와 비교하여 보면 폐지론의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그동안 가정법률상담소나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등이 호주제 폐지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으며, 매스컴을 통하여 그 나마 조금씩 호주제의 피해 사례가 소개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20)

호주제도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도 아니며, 여러 폐단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 국민의 의식 속에 호주제도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는 호적을 달리한다는 말은 家를 달리한다는 의미밖에 없는데도, 일반인의 의식 속에는 친자 또는 형제자매로서의 의리를 달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호적을 파가라’는 속어가 천륜 내지 혈연관계를 단절하자, 의절하자는 의미로 이해되는 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가. 호주제도가 단순한 법률상의 가제도만을 의미하지 아니하며, 호주라는 지위의 승계 또한 호주권이 부여된 법적 신분의 승계라는 의미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또 다른 성격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분석을 할 수밖에 없다. 호주제도가 지니고 있는 복합적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비록 가옥구조상 전근대 중국사회에서 이상으로 삼았던 9세동거의 대가족형태는 아니더라도, 정착농경생활을 영위하게 되면서 그에 가장 적합한 가족결합형식으로 공리화된 부계적 대가족제도는 한국사회에서도 일찍부터 자리잡았다. 여기에 종법제의 계수가 이루어짐에 따라 생활공동체로서의 가족단체, 이에 기초한 호적편제단위로서의 가족단체와 그 범위를 뛰어 넘는 관념적인 봉사단체로서의 가족 내지 친족단체가 각각 분리되어 규율되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 이른바 전통법제 하에서의 가족제도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호적의 기능상 현행법상의 호주제도에 해당하는 형식적인 집단이 법의 규율대상으로 되지는 아니하였던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가계계승 내지 가장권의 승계를 규율하는 규범을 따로 두지 아니하고, 종법제 계수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사상속에 포함시켜 규율하였던 것이다. 제사상속법제를 통하여 조상에 대한 제사와 가계의 영속을 도모하였을 뿐 직접 추상적 집단으로서의 家의 영속을 보장하지는 아니하였다. 이와 같은 점을 알지 못하고 일제는 그때 당시 일본민법상의 호주제도에 기초하여 관습법상의 가족제도를 통합하려 한 결과로서 호주제도는 복합적인 성격의 것으로 규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호주제도의 복합적 성격은 1933년 3월 3일 조선고등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제사상속법제가 법의 규율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더욱 분명해 지게 된다. 즉 호주제도는 호주와 가족으로 구성되는 추상적·관념적 집단으로서의 가제도를 뜻하며, 호주는 법률상의 家의 대표로서 호주권의 귀속주체였고, 호주상속은 家의 영속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家의 대표 내지 호주권의 귀속주체로서의 지위의 승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제사상속의 관념이 부가되어 호주는 제사상속인으로의 지위를 겸유하게 되었고, 그 속에 내포되었던 가계계승자로서의 지위를 함께 가지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복합성은 58년 민법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호주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로 명시되어(민법 제778조 전단) 호주의 가계계승자로서의 지위는 더욱 분명해 졌으며, 그와 아울러 호주권자 내지 가장권자이자 제사계승자이며 호적편제의 기준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21) 따라서 58년 민법상의 호주제도는 일제가 창조한 제도라는 지적이나 일제시대의 군국주의적인 천황제의 이데올로기의 소유물인 일본 구민법상의 호주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도사적 측면에서는 정당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에는 일본제도가 알지 못하던 호주의 역할 내지 기능 곧 종법제 계수의 영향으로 호주에게 조상제사의 주재자로서의 역할이 부여되었다는 분석22)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관습과 의식은 호주상속을 호주권·가장권의 상속이 아닌 제사상속으로 받아들여 관행하였으며, 이러한 관행은 58년 민법 시행 후에도 계속 이어져 왔고 호주권의 확인·호주상속의 회복은 그 실질이 종손권의 확인이고 제사상속의 회복이었다. 생전입양·사후입양·유언입양도 제사승계자로 하기 위한 것이었지 호주권을 보유·행사·계승할 자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23) 호주제도의 폐지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거부감을 갖게 되는 까닭도, 일제식의 가족제도를 우리 고유의 것으로 오인한 점보다 호주제도 속에 내포된 조상봉사 내지 남계혈통계승의 관념의 영향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1990년의 민법개정에 의하여 공허한 지상의 권리에 불과하였던 호주권의 실질적 내용이 거의 삭제되게 된다. 이와 아울러 호주상속의 호주승계로의 대체, 강제상속주의에서 임의승계주의로의 전환, 대습상속의 폐지에 의한 적장자주의의 완화, 여자에 의한 호주승계의 항구화가 이루어지고 가계계승 내지 제사승계를 뒷받침하던 양자제도의 폐지가 행해지는 등 커다란 변화가 초래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하여 일설은 이제 호주는 호적의 필두자로서의 지위만을 갖게 되었다고 보며, 다른 일설은 호적상의 대표로서의 지위 외에 가계계승자로서의 지위도 함께 지니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후자에 속하는 견해는 1990년 민법개정에 의하여 호주의 실질적 권한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제778조는 이제는 호주권(가장권)의 의미 내용이 완전히 제거된 의미로서의 호주를 정의한 것으로 됨과 동시에 우리 고유의 관습상의 계종사상으로 복귀된 종적 실체를 표상해 주는 것이며, 호주승계는 바로 宗의 계승 즉 계종”이다.24) 따라서 호주의 지위의 승계는 단순한 호적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의 승계가 아니라 이른바 가통 즉 제사의 계통 내지 종통의 계승이며 분가라 함은 분종, 일가창립은 새로운 종통의 창립, 부흥은 종통의 부흥을 의미한다25)고 한다. 이와 같이 해석한다면 1990년의 민법개정은 호주제도 존치론에 힘을 보태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통·종·제사·종통계승이라는 개념의 봉건성을 들어 호주제도와 호주승계제도의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우리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온전하고 있는 가계계승에 대한 인습이 숨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어야 할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고 본다.


Ⅳ.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호주와 가족’ 규정의 구조분석


민법 제4편 제8장 호주승계는 호주라는 법적 신분 곧 호적의 필두자로서의 지위 내지 가계계승자로서의 지위의 승계를 그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 분석은 생략한다. 제2장 호주와 가족에 관한 규정 내용은 크게 보아 3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즉 호주와 가족에 관한 기본적인 정의와 가족의 재산소유관계에 관한 규정(제778조 내지 제780조, 제796조), 家의 변동에 관한 규정(제781조 제1항 후단, 단서 후단, 제2항 후단, 제3항 후단, 제782조 내지 제795조), 자의 姓과 本에 관한 규정(제781조 제1항 전단, 단서 전단, 제2항 전단, 제3항 전단과 단서)이 그것이다.

제2장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家의 변동에 관한 규정은 다시 호적의 변동(가족신분의 변동)과 가계의 변동으로 세분된다. 누구나 자기가 속할 家가 있어야 하고, 그 가는 1인의 호주와 가족으로 구성되며 법률상의 가족이 되기 위하여는 동일가적 곧 동일호적에 입적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들을 뒷받침하는 규정들이다. 호적법의 실체규정들이라 할 수 있고 현행 호적제도가 호주제도에 부종되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호적편제방식을 개인단위로 바꿀 경우에는 삭제되어야 할 규정들이다. 그러나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그에 따라 새로 규정될 법률상의 가족을 단위로 하여 호적편제방식을 변경할 경우에는 실체규정으로서 존치될 수 있는 규정이기도 하다. 호적제도는 국민 개개인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수집하여 공부에 기재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공증·공시한다는 고유의 목적과 기능을 가지는 따라서 호주제도의 존폐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규정들은 그 의미내용으로 볼 때 호주제도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민법에는 姓과 本의 정의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관습법상 姓은 부계혈통을 표시하는 표지로서, 임의로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대법 1984. 9. 27. 84스1). 또한 민법 및 호적법상의 本이란 원래 소속 시조발상의 지명을 표시하여 혈족계통을 나타내는 제도이나(대법 1984. 3. 31. 84스8,9), 중간의 분파중조의 연고지를 유지하고 있는 씨족도 있고 중간의 본관시조에서 다시 분파된 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현행법상 혈족계통을 정확하게 표시하기 위하여는 姓과 本을 함께 사용하여야 하며, 예외는 있지만 동성동본자는 같은 부계혈연자 즉 동족에 해당한다. 이처럼 민법상의 姓이란 名과 함께 단순히 개인의 동일성을 표시해 주는 표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것을 뛰어 넘는 혈족계통의 표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家(가적)의 명칭인 일본 구민법에서의 氏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의 姓과 本에 관한 규정을 부자동적을 원칙으로 하는 호적편제원리와 함께 규정한 것은 입법자들이 姓과 本에 관한 의미를 간과하고, 家의 구성원인 호주와 家族은 그 家의 氏를 칭하여야 한다는 일본 구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戶主 및 가족에 위치하고 있었던 제746조를 본받은 결과에 지나지 아니한다. 姓과 본제도가 개인의 동일성을 표시해 주는 표지라면 부모와 자녀관계를 규율하는 제4장에, 부계혈연을 표시하는 표지라면 제1장에 두어야 할 규정들이다. 따라서 이들 규정도 호주제도의 존폐와 직접 관련을 맺고 있지 아니하며, 호주제도를 폐지하더라도 그 성격을 명시하여 관련제도와 함께 규정되어야 할 것들이다.


제2장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관련규정의 정비를 위한 검토 


Ⅰ. 서 / 21

Ⅱ. 민법상의 호주제도의 폐지와 관련규정의 개정 개관 / 22

Ⅲ. 자의 성과 본 / 25

Ⅳ. 민법이외의 법령의 정비 / 35

Ⅴ. 결어 / 37

 

Ⅰ. 서

 

2003.5.27 이미경의원의 대표발의로 호주제도의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이하 민법개정안이라 한다)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 동안 학계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호주제도 존폐논의가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제 국회로 장을 옮겨 구체적 개정안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바뀔 전망이다. 호주제도는 민법의 제정이래 항상 가족법 개정 논의의 핵심적 쟁점으로 되어왔으나 이번의 호주제 폐지 논의는 종전의 그것과는 다른 현실적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진보적 성격의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호주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온 개혁적 인사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어 자신의 재임중 이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하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5월 16일 호주제도폐지특별기획단을 발족시키고 6월 4일 법무부 내에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이는 호주제도 폐지논의에 전면으로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왔던 종래의 정부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에 더하여 법원이 호주제와 관련하여 2건의 위헌제청결정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그것이 계류중에 있고26), 국가 인권위원회가 이에 대하여 2003.3.10 호주제 관련규정은 위헌이며 호주제는 인권침해제도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27)도 종래와는 다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주제도에 대하여는 이를 존치시켜야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아서 그 논의과정에 상당한 파란이 예상되고 결말 또한,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쉽게 예측키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본고는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호주제도의 폐지에 대비하여 이에 따르는 법령의 정비에 관하여 연구함을 목적으로 한다. 호주제도의 폐지에 수반하여 검토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민법의 호주제도 관련조항, 호적법, 기타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타 법령 등이 있으나 여기서는 이중 호적법(신분등록법)을 제외하고 민법규정과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기타의 법령에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Ⅱ. 민법상의 호주제도의 폐지와 관련규정의 개정 개관



(1) 호주제도를 폐지한다고 하면 우선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호주와 가족(제778조~제796조) 및 제8장 호주승계(제980조~제995조)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제826조 제3항 및 제4항과 제 966조 및 968조 중 <호주>라는 문언도 역시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2)

1) 제778조~제796조에는 가의 변동 및 자의 성본에 관한 규정이 들어 있는데 이중 자의 성본에 관한 규정(제781조)은 호주제도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것이 삭제되더라도 이에 관한 사항은 다른 곳에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민법 제78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子의 부성추종 및 성 불변의 원칙은 호주제도의 기반이 되고 있는 부계혈통주의의 산물로서, 그 유지 여부는, 호주제도 폐지에 따르는 법령정비문제에 있어서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관하여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2) 현행민법은 양자의 성과 본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양자의 변성 여부를 둘러싸고 견해가 갈려있다. 이성양자의 경우 입양을 하더라도 성과 본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고의 근저에는 성은 부계혈통을 표시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바뀔 수 없다는 의식이 깔려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양자의 성 본 문제는 직접적·외견적으로는 호주제와 관련되어 있지 않지만, 부계혈통주의의 유지여부와 관련하여 호주제폐지에 맞춰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호주제폐지 (제778조~제796조에 들어 있는 호주와 가족의 정의규정,가의 변동에 관한 규정의 삭제)후 ,현행민법상의 가와는 의미와 내용이 다른 가 내지 가족에 관한 정의규정, 가족의 구성, 범위 및 변동, 가족의 입적, 전적 등에 관한 규정을 민법에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호주제도가 폐지되더라도 민법에 가족개념을 반드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저에는 이를 통해 가족의 붕괴 내지는 가족의 연대감의 희박화를 막아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족의 안정성 , 연대감이나 상부상조 정신 등은 민법에 가족개념을 두느냐 안 두는냐에 따라 강화되고 ,약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민법에 가 내지 가족의 개념을 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동거친족 및 통념상의 가족개념과는 다르게 될 수 밖에 없어28) 결국 그것은 현행 민법상(호주제도 폐지이전)의 가 내지 가족과 같이 형식적 존재로 된다. 일부에서 붕괴, 해체를 우려하는 <가족>은 현실의 가족공동체 내지 사회통념상의 가족이나, 법률상의 가족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존재인 것이다.

호주제 폐지시 민법에 가족개념을 두지 아니한 일본에서 이로 인하여 가족의 해체가 증대되고 가족이 붕괴되었다는 보고는 듣지 못하고 있다.

2) 민법상 가족개념을 둔다고 하더라도 가족구성원 사이에 부부, 친자, 형제자매 사이에 존재하는 법률관계 외에 가족구성원이라는 지위에서 특별한 법률관계가 생기는 것도 아니므로 굳이 이러한 가 내지 가족개념을 실체법인 민법에 둘 현실적 필요가 없다.

3) 다른 법령에 가족개념을 쓰고 있는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민법에 가족의 개념을 설정해 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개별법에서 쓰는 가족개념은 그 개별법의 입법목적, 취지에 따라 그 내용과 의미가 각기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가족개념의 설정이유로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4) 그렇다면, 위와 같은 가, 가족개념을 민법에 두는 실질적인 의미는,

① 호주제도의 폐지에 따라 현실적 가족이 해체 내지는 약화될 것으로 오인하는 일부 국민들의 정서에 대한 배려와

② 호적편제에 있어서 개인단위(개인별 신분등록제, 1인1적제)로의 전환에 제약을 가한다는 데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위 ①과 관련하여서는, 호주제도 폐지에 따르는 일부 국민의 정서적 상실감을 보상해 준다는 의미 이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입법에서 크게 고려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29)

② 호주제 폐지후의 신분등록을 어떤 방법(가족별, 개인별)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하여는 민법에서 규정치 말고 이를 호적법(신분등록법)에 맡기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신분등록의 문제는 신분사항의 등록·공시에 관한 절차적,기술적 사항30)이므로 이를 민법에서 규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민법에 가 내지 가족개념, 입적, 이적, 전적 등에 관하여 규정을 두는 것은 호주제도가 폐지될 경우의 대안적 호적제도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개인별신분등록제31)의 채용에 제약이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4)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현행민법상의 호주제도에 기초한 호주·가족의 용어는 민법 이외의 법령에서 앞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호주·가족의 용어를 쓰고 있는 법령의 정비가 함께 행하여져야 한다. 현행법상 호주·가족의 용어가 들어 있는 법령은 법률, 명령, 규칙 등 그 존재모습이 다양하나 여기서는 법률에 관하여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Ⅲ. 자의 성과 본


1. 친생자의 성과 본


성은 전통적으로 출생의 계통을 표시해 왔고, 우리 나라에서는 700년 이상 부계혈통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되어왔다. 부자동성의 원칙과 성 불변의 원칙이 바로 그것인바 이는 오랜 세월이 경과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관습으로 확고히 자리잡아 국민들도 대부분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다.

민법은 제781조 제1항에서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함으로써 성이 부계혈통을 표시함(부자동성의 원칙)을 명정하고 있으나, 성불변의 원칙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현행 민법하에서도 성의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요컨대, 우리 나라에서 성씨제도는 부계혈통주의를 기초로 생성·전승되어 왔으며 성 불변의 원칙과 결합하여 부계혈통주의가 더욱 유지·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주적 가족관계와 양성의 평등 및 개인의 존엄을 이유로 종래의 성씨에 있어서의 부계혈통강제주의 내지 부권적 성씨제도와 성불변의 원칙에 대하여 이를 비판하면서 자녀가 부또는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개인주의 사조의 강화와 향상된 인권·평등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으나 직접적으로 위와 같은 논의와 주장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이혼 및 재혼가정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이혼·재혼가정 자녀의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의 증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학계의 논의와 사회단체의 운동차원에 머물렀던 자녀의 성 본 규정 개정문제는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이 2003. 2. 13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라는 부분에 관한 위헌 심판 제청결정32)을 하고 2003. 5. 27 상기와 같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의원발의로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1) 성의 취득

 

자녀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① 부의 성 또는 모의 성을 강제적으로 취득케 하는 방법 ② 부 또는 모의 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③ 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④ 모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부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의 경우에는 다시 부의 성을 강제적으로 취득케 하는 방법과 모의 성을 강제적으로 취득케 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를 주장하는 견해는 현재 찾아볼 수 없다.

②의 경우에는 누가 자녀의 성 결정권을 갖는 것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기는데 학설이나 입법의견으로는 부모의 협의에 의하도록 하는 방안만이 제시되고 있다.33)

자녀의 성을 부모 협의에 의하여 정하는 것으로 할 경우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처리방법에 관하여는 법에 그 구제규정(예컨대 부 또는 모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정한다)을 두는 방법34) 과 두지 않는 방법35)이 있을 수 있다

③의 경우에는 복수의 자녀(동부동모의 형제자매)의 성을 각각 달리 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는데 민법개정안은 형제자매의 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일본의 입법안(민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요강 1996년)도 같은 입장이다. 즉 장래는 몰라도 현시점에서는 부부와 미성숙자로 이루어지는 혼인가족의 생활공동체의 필요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바, 성이 이러한 가족의 일체감을 나타낸다고 하는 점을 생각할 때 형제자매의 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학설은, 형제자매동성이 다수이므로 이는 정상이고 소수인 형제자매별성은 이를 이단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인 바 .형제자매별성선택제도를 도입하여 형제자매동성을 자명시하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가족의 다양성을 긍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36)37). 그러나 이는 우리의 가족관념이나 성관념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하겠다.

④의 방안은 이론적으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있으나 현실적채용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위의 논의를 통하여 보았듯이 상기 방안 중 우리가 현실적 채용가능성을 고려에 넣고 논의의 대상으로 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① 부의 성 을 강제적으로 취득케 하는 방법 ② 부 또는 모의 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형제자매(동부동모의 형제자매)의 성은 동일하게 하는 방법38) ③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경우도 형제자매(동부동모의 형제자매)의 성은 동일하게 한다)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 관하여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1) 부의 성을 강제적으로 취득케 하는 방법

이는 현행민법이 취하고 있는 태도로서 우리의 오랜 관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를 의심 없이 자명한 것으로 느끼는 국민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39).그러나 이 부성강제승계주의는 최근 헌법과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제16조 (사)항은 가족 성을 선택할 권리에 대하여 부부로서의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은 가족성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자녀는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민법 제781조제1항), 있는데 이는 가족 성에 대하여 부부의 동등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협약에 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아버지중심의 부자동성원칙의 획일적 규정을 부모 공통의 성 또는 가족성의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제도로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40)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03. 2. 13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라는 부분에 대하여 위 조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제10조) 및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제36조 제1항)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부계혈족의 유지에만 치중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제11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심판제청41)을 한 바 있다.

 

2) 부 또는 모의 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이 방법을 취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민법이 취하고 있는 강제적 부성승계제도의 부당성42)을 지적하면서 가족생활의 민주화, 가족 내에서의 남녀평등, 인간의 존엄성의 구현을 위하여는 강제적 부성승계를 폐지하고 부 또는 모의 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한다. 구미의 대부분의 국가가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43) 민법개정안44), 일본의 “민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요강, 1996년”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안은 이혼 및 재혼가정의 자녀의 복리보호와 가족생활의 다양성 인정, 남녀평등 등 헌법적합성의 장점이 있으나 국민의 관습 내지 전통적 성관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45)

3) 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이는 국민의 성에 관한 전통적 의식,관념과 오랜 관습을 존중함으로써 성제도의 변경에 따른 혼란과 충격을 줄이면서 강제적 부성승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해 볼만 한 것으로 생각한다. 즉 자녀의 부성추종은 오랫동안 우리의 생활을 지배해온 관습법으로서 이의 전면적 폐지는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격렬한 저항을 불러 일으킬 것이 명백한 바, 위와 같이 관습에 기초하여 부성추종을 원칙으로 하면서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도 따를 수 있는 길을 열어 둠으로써 관습존중·법감정의보호와 헌법존중·자녀복리보호의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2) 자의 성 선택권

 

위의 ② 부 또는 모의 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③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경우 자가 성년이 .되었을 때 선택되지 않은 부 또는 모의 성으로의 변경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는 부정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의 성은 원칙적으로 성의 소지자인 자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율적으로 출생시에 부 또는 모의 성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자녀의 성의 인격권성을 이렇게 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성의 인격권성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개성되지 않는 것으로 해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46)


(3) 성의 변경

 

전술한 바와 같이 민법은 성불변의 원칙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현행 민법 하에서도 성의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의 부계혈통 및 부성존중의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성불변의 관념은 아주 철저하고 강고한 것으로 이러한 현상은 여러 부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제시의 창씨개명에 대한 민족적 저항, 친양자제도 도입을 둘러싼 격렬한 반대, 성을 갈겠다는 표현47) 등은 성불변에 관한 우리의 강한 집착을 보여 주는 예들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불변의 원칙의 엄격한 적용은 오늘날의 다양화한 가족생활을 규율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재혼가정의 자녀는 계부와의 성의 상이로 인하여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제 이혼과 재혼은 극히 이례적이고 부끄러워 할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선택으로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삶의 현상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가족생활과 가족관계의 변화는 가족법의 이념과 내용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각국의 최근의 이혼법과 친자법의 변화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성불변의 원칙이 친자법의 최대의 이념인 자녀의 복리보호를 실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재혼자녀가 계부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든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자의 성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주장되어 왔다48) .민법개정안 제865조의2(자의 성과 본) 제③항은 그 동안의 이러한 일부 세론을 반영하여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혼가정의 자녀의 복리를 위한다고 하더라도 모의 계부와의 혼인만으로 처의 친생자가 계부의 성을 따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모의 재혼만으로 계부의 성을 따르도록 한다면 모의 이혼과 재혼이 반복될 때마다 자의 성이 바뀌게 될 터인데 그 결과의 부당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성이 단순한 개인의 칭호가 아니고 출생의 계통을 표시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면49) 이와 같이 단순한 인척에 불과한 계부의 성을 따를 수는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민법개정안과 같이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요건으로 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정법원에 지나친 재량을 주는 것이어서 검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 단계에서 성이 친자의 혈통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것을 승인한다면 적어도 성 변경의 요건으로서 친자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양자의 성 본 변경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온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2. 양자의 성


현행 민법은 이성양자의 변성성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견해가 대립되고 있으나 다수설과 실무에서는 성불변의 원칙에 따라 성이 바뀌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50) 다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가족생활의 변화, 다양화를 고려하고 또한 자녀의 최대의 복리를 위하여는 성불변의 원칙은 이를 다소 완화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은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생래의 성의 변경을 강제 당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의 요구를 조화시키고 친생자의 경우와의 균형51)을 위하여, 양자는 원칙적으로 양부의 성을 따르고 양친의 합의에 의하여 양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52) 한 편 양자가 15세 이상인 경우에 양자가 친생친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이를 존중하여 변성하지 않는 것으로 함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15세 미만의 시기에 입양하여 양친의 성을 따른 경우에는 성년(만20세)이 된 후 1년 이내에 종전의 성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53) 성과 관련한 인격권을 보호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변성한 양자의 파양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복성하되, 자녀복리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파양시 자녀의 성과 본의 유지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입양에 따라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양친의 성을 파양에 의하여 갑자기 종전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언제나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성의 변경은 자녀의 정체성인식에 심각한 혼란을 주고 자녀의 입양 및 파양 사실을 외부에 드러냄으로써 자녀의 사회생활에 여러 가지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그 동안 써왔던 양친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자녀의 이익에 합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파양시 가정법원이 양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가 종전의 양친의 성과 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양자 및 법정대리인의 청구를 요건으로 이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Ⅳ. 민법이외의 법령의 정비


현행 민법상의 가·호주 ·가족은 현실적인 가족생활공동체·가장·사회통념상의 가족이 아니라 호적상의 형식적,관념적 단체· 호적편제의 기술적 중심자 내지 색인자, 동일호적에 등재되어 있는 자라고 하는 형식적 지위를 갖는데 불과하다.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위와 같은 의미의 가·호주 ·가족 개념은 이제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1) 호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타 법률의 경우,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일응 “호주”라는 문언은 동 법률에서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률에 있어서 “호주”는 대부분 가족생활공동체의 주재자가 아닌 호적상의 형식적 지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호주에게 일정한 권리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법률 중에는 “친족·호주·가족”이라는 식으로 호주 외에 친족·가족에게도 일정한 권리의무를 아울러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때에도, 호주는 친족에 해당되므로, “호주”의 문언을 존치 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호주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법률 가운데에는 호주제도하에서의 형식적 지위에서가 아니라 친족 등의 지위에서 호주에게만 일정한 권리·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호주”의 용어를 삭제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왜 당해 법률이 “호주”에게 일정한 권리의무를 인정했는지 그 입법취지를 살펴서 그 뜻이 몰각 내지는 훼손되지 않도록 다른 신분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대체하는 등의 보완이 있어야 한다.


(2) 호주제도하에서의 가족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통념상의 그것과는 달리 “동일호적에 등재되어 있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가족”이 위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법률의 경우에는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가족”이라는 용어는 당해 법률에서 당연히 삭제되거나 그 법률의 입법취지에 따라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자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족에게 일정한 권리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법률 중에는 “친족·호주·가족”이라는 식으로 가족 외에 친족·호주에게도 일정한 권리의무를 아울러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때에도, 가족은 대부분 친족에 해당되므로, “가족”의 문언을 존치 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법률 중에는 그것이 호주제에서의 형식적 존재가 아니라 친족관계에 있는 동일생활공동체의 구성원 내지 사회통념상의 가족을 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때에는 호주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가족”이라는 용어를 그 법률에서 당연히 삭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의 “가족”은 호주제도가 있는 현행의 제도하에서도 그 개별법률의 입법목적 및 취지에 따라 민법상의 가족과는 달리 해석·운용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① 현재와 같이 “가족”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둔 채 가족의 개념 내지 범위를 그 개별법(또는 시행령)에서 규정54)하거나 또는 이를 규정치 않고 해석에 맡기는 방법과55) ② 민법상의 가·호주 ·가족의 관념이 폐지되는 마당에 가족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타법령에 남겨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차제에 가족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민법상의 개념인 “친족”, 주민등록법상의 “세대원” 등의 용어로 대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생각건대 호주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가족이라는 용어를 반드시 전면적·일률적으로 삭제하고 다른 용어로 대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용어는 다의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호주제도에 있어서의 가족과는 다른 의미로 쓰고 있는 법령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를 그대로 유지함(즉 개정을 하지 아니함)을 원칙으로 하면서 개별법령의 입법 취지 상 민법상의 개념인 “친족”, 주민등록법상의 “세대원” 등의 용어로 대체할 필요가 현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손질을 하는 것이 입법실무상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56).



Ⅴ. 결어


(1) 우리는 앞에서 호주제도의 폐지에 따르는 관련법령의 정비를 민법의 규정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호주와 가족(제778조~제796조) 및 제8장 호주승계(제980조~제995조)는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제826조 제3항 및 제4항과 제 966조 및 968조 중 “호주”라는 문언도 역시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2) 가 내지 가족개념은 현행 민법상의 그것과 다른 것이라 해도 이를 민법에 둘 현실적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3) 자의 성의 결정방법으로는 ① 현행과 같이 부의 성 을 강제적으로 취득케 하는 방법 ② 부 또는 모의 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형제자매의 성은 동일하게 하는 방법 ③ 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경우도 형제자매(동부동모의 형제자매)의 성은 동일하게 한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각각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 관습·법감정과 자녀의 복리보호· 가족생활의 다양성 인정·헌법적합성 중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③의 방법이 양자의 요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4) 성의 변경은 입양의 경우에만 인정하되57) 양자가 15세 이상인 경우에 양자가 친생친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이를 존중하여 변성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그리고 양자가 15세 미만의 시기에 입양하여 양친의 성을 따른 경우에는 성년(만20세)이 된 후 1년 이내에 종전의 성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변성한 양자의 파양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복성하되 자녀복리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가정법원의 허가에 의하여 파양시 자녀의 성과 본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

5) 자의 성본에 관한 규정은 부모와 자녀관계를 규율하는 민법 제4장의 제1절 친생자 및 제2절 양자의 절 중에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법은 친생자의 성본에 관하여 제2장 호주와 가족의 장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자의 성본의 문제는 친자관계의 효과에 관한 것이므로, 친생자의 성본에 관하여는 제4장 제1절 친생자의 절 중에, 양자의 성본에 관하여는 제2절 양자의 절 중에 규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6) 호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타 법률의 경우,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일응 “호주”라는 문언은 동 법률에서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친족·호주·가족”이라는 식으로 호주 외에 친족·가족에게도 일정한 권리의무를 아울러 인정하는 경우에도 “호주”의 문언을 존치 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친족 등의 지위에서 호주에게만 일정한 권리·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호주”의 용어를 삭제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당해 법률이 “호주”에게 일정한 권리의무를 인정한 입법취지를 살펴서 그 뜻이 몰각 내지는 훼손되지 않도록 다른 신분관계에 있는 자로 대체하는 등의 보완이 있어야 한다.

7) “가족”이 호주제하에서의 가족, 즉 “동일호적에 등재되어 있는 자”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법률의 경우에는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가족”이라는 용어는 당해 법률에서 당연히 삭제되거나 그 법률의 입법취지에 따라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자로 대체되어야 한다. 또한 “친족·호주·가족”이라는 식으로 가족 외에 친족·호주에게도 일정한 권리의무를 아울러 인정하는 경우에도, “가족”의 문언을 존치 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가족”이 호주제에서의 형식적 존재가 아니라 친족관계에 있는 동일생활공동체의 구성원 내지 사회통념상의 가족을 뜻하는 경우에는 현재와 같이 “가족”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둔 채 가족의 개념 내지 범위를 그 개별법(또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거나 또는 이를 규정치 않고 해석에 맡기면서 예외적으로 개별법령의 입법 취지 상 민법상의 개념인 “친족”, 주민등록법상의 “세대원” 등의 용어로 대체할 필요가 현저한 경우에만 손질을 하도록 한다..

 

(2)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하여 개정사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4편 제2장(제778조 내지 제789조·제791조 및 제793조 내지 796조)을 삭제한다.

 

제826조제3항 및 제4항을 각각 삭제한다.

 

제865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865조의2(친생자의 성과 본)

① 혼인중의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② 혼인외의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로부터 인지를 받은 때에는 제1항에 준한다.

③ 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창설한다. 다만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의 일방으로부터 인지를 받은 때에는 그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모 쌍방으로부터 인지를 받은 때에는 제1항에 준한다.

④ 부모를 같이 하는 형제자매는 동일한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

⑤ 자는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제2항 및 제3항에 불구하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인지 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제4편 제4장 제2절 제1관 “입양의 요건”을 “입양의 요건과 효과”로 한다

 

제882조의 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882조의2(양자의 성과 본)

① 양자는 양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양친의 협의에 의하여 양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양친의 친생자 또는 양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성과 본을 같이 한다

② 양자가 15세 이상인 경우 입양전의 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제1항에 불구하고 그에 따른다.

③ 양친의 성을 따른 양자는 성년이 된 후 1년 이내에 입양전의 성으로 복성할 수 있다.

 

제904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904조의2 (파양과 성과본)

양자는 파양에 의하여 입양전의 성을 회복한다. 다만 양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파양 전의 양부 또는 양모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제908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908조의2(준용규정)

제904조의2의 규정은 재판상 파양에 준용한다.

 

제963조중 “본인이나 그 가에 연고 있는 자”를 “본인”으로 한다.

 

제966조중 “직계혈족, 호주”를 “직계혈족”으로 한다.

 

제968조중 “방계혈족및호주는”을 “방계혈족은”으로 한다.

 

제4편제8장(제980조 내지 제982조·제984조 내지 제987조·제989조 및 제991조 내지 제995조)을 삭제한다.

 

부칙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다른 법률의 개정)

1) 가사소송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 제1항가목(1)7을 삭제하고, 동항나목(1)4중 “제781조 제3항”을 “제865조의 2 제3항”으로 하며, 동목(1)25를 삭제하고, 동목(1)에 45 및 46을 각각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45 민법 제865조의2 제5항의 규정에 의한 인지 전 성과 본의 계속 사용의 허가

46민법 제904조의2 제5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파양 전의 양부 또는 양모의 성과 본의 사용 허가

제2편 제4장(제32조 및 제33조)을 삭제한다.

2) 가정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8조 제2항 본문중 “형제자매와 호주”를 “형제자매”로 하고, 제33조제4항중 “형제자매·호주”를 “형제자매”로 한다.

3) 감사원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5조제1항제2호중 “친족·호주·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4) 검사징계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7조제1항중 “친족·호주·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5) 공증인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1제1호중 “동거의 호주나 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6) 국가인권위원회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56조제2항중 “친족, 호주”를 “친족”으로 한다.

7) 국민투표법 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56조제1항중 “호주·세대주·가족”을 “세대주·세대원”으로 한다.

8) 군사법원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48조제2호 및 제189조제1호중 “친족·호주·가족”을 각각 “친족”으로 하고, 제59조제2항 및 제66조제1항중 “형제자매 및 호주”를 각각 “형제자매”로 하며, 제238조의2제1항·제238조의 2제1항, 제252조2제1항 및 제398조제1항중 “형제자매·호주·가족”을 각각 “형제자매”로 한다.

9)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2조제2항단서중 “손자녀는 1945年 8月 14日이전에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호주승계인인 손자녀에 한하며, 등록신청시에 호주승계인인 손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선순위 자녀의 자녀 1인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이 연금을 받을 권리는 다른 손자녀에게 이전되지 아니한다”를“손자녀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에 한한다”로 한다

제12조제3항중 “의하되, 타가로 입적한 자는 제5조제1항제4호의 자의 다음 순위로 한다”를 “의한다”로 한다.

제12조제4항을 삭제한다

제16조1항단서중 “호주승계인인 손자녀가 질병 또는 심신장애나 고령등으로 인하여 취업이 어려운 경우에는”을 “손자녀가 질병 또는 심신장애나 고령등으로 인하여 취업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1인에 한하여”로 한다

10) 민사소송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41조제2호 및 제314조 제1호중 “친족·호주·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11)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3조제1항제2호중 “친족, 가족 또는 호주”를 “친족”으로 한다.

12) 밀항단속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4조제4항중 “동거친족·호주·가족”을 “동거친족”으로 한다.

13) 범죄인인도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2조제1항중 “형제자매, 호주, 가족”을 “형제자매”로 한다.

14) 법무사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7조제1항중 “호주·가족·동거자”를 “배우자, 동거자”로 한다.

15) 보안관찰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7조제6항 단서중 “친족, 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16) 부재선고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3조중 “호주 또는 가족”을 “동거친족”으로 한다.

17)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7조제1항중 “형제자매 또는 호주”를 “형제자매”로 한다.

18) 소액사건심판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8조제1항 “형제자매 또는 호주”를 “형제자매”로 한다.

19) 재외국민취적·호적정정및호적정리에관한특례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3조제2항중 “사망·호주상속”을 “사망”으로 한다.

20) 재외공관공증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8조제2호중 “친족 또는 동거의 호주이거나 가족”을 “친족”으로 하고, 제19조제4항제5호중 “친족, 동거의 호주 또는 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21) 전염병예방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5조제1호중 “세대를 같이 하는 호주 또는 세대주.다만 호주 또는 세대주가 부지중인 때에는 가족”을 각각 “세대주. 다만 세대주가 부재중인 때에는 세대원”으로 한다.

22) 지방세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96조의3제2항제2호를 삭제한다.

23) 특정범죄신고자등 보호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9조제3항중 “형제자매와 호주”를 “형제자매”로 한다.

24) 특허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48조제2호중 “친족·호주”를 “친족”으로 한다.

25) 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5조제1항제1호중 “친족·호주·가족”을 “친족”으로 하고, 제27조제2항중 “형제자매와 호주”를 “형제자매”로 한다.

26) 헌법재판소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4조제1항제2호중 “친족·호주·가족”을 “친족”으로 한다.

27) 형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51조제2항 및 제155조4항중 “친족, 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을 각각 “친족”으로 하고, 제328조제1항중 “동거친족, 호주, 가족”을 “동거친족”으로 한다.

28) 형사소송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7조제2호 및 제148조제1호중 “친족,호주,가족”을 각각 “친족”으로 하고, 제29조제1항 및 제30조제2항중 “형제자매와 호주”를 각각 “형제자매”로 하며, 제201조의2제1항·제214조의2제1항 중 “형제자매, 호주, 가족”을 각각 “형제자매”로 하며, 제 341조제1항중 “형제자매, 호주”를 “형제자매”로 한다


(3) 일반적으로 가족법은 다른 법에 비하여 관습적, 습속적 특질을 갖고 있다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호주제도와 성본제도는 특히 그 정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 문제의 개정작업에 있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명분과 이념을 앞세운 일방적 밀어부치기 식은 경계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원칙 없는 타협이 용인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물론 아니다. 이 양자 모두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제3장 호주제도를 폐지할 경우 호적제도의 정비방안

 

Ⅰ. 문제의 제기 / 47

Ⅱ. 호적제도의 변화 요인 / 49

Ⅲ. 호적제도의 개선을 위한 이념지표 / 62

Ⅳ.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정립 방향 / 66

Ⅴ. 개인별 편제방안의 필연성 / 69

Ⅳ. 맺는말 / 80

Ⅰ. 문제의 제기

 


호주제도를 폐지할 경우 호적제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검토해 보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호주제도 자체의 존폐논쟁에 관해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 연구를 호주제도에 대해서 긍정적이거나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수행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호적제도 자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호주제도로부터의 독자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호적제도는 그 자체 독자적인 이념과 목적을 가지고 존재해 온 역사적 실체이며, 앞으로도 호주제도의 존폐와 관계없이 계속적으로 국민신분등록제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호주제도와 교묘하게 얽혀진 최근세사에 국한하여 호적제도를 파악해서는 안되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호적제도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호적제도를 아무리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분석하더라도 호주제도와의 관련성 자체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호적제도를 분석하는데 필요한 범위내에서만 호주제도에 관하여 언급하기로 한다.

결국 이 연구는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호적제도 역시 정비 내지는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하는 논점과, 또 변화해야 한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논점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민법상의 호주제도와 호적법상의 호적제도와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호주제도와 호적제도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면 호주제도가 폐지되더라도 반드시 현행의 호적제도를 개편해야 할 필연성은 적어질 것이다. 그러나 호주제도와 호적제도가 어떤 형태로든 상호 관련성이 있다면 호주제도의 폐지는 호적제도의 형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양 제도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가에 관한 고찰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양 제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또 호주제도 및 호적제도의 역사적 의미와 현실적 의의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다음 두 번째 논점에 대해서는 그간 학계 및 여성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대체로 기본가족별 편제, 개인별 편제 또는 주민등록과 일원화한 편제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흔히 호주제도를 폐지하는 경우 그 대안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호주제도는 폐지되어도 그 대안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어이 실체법상의 호주제도의 대안을 찾는다면 대만의 호장제나 스위스의 가장제 등이 될 것이다. 나머지 호주제도의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호적제도의 개편과 관련된 것임을 유의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있으나, 이 연구는 주로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첫째, 기존의 연구가 주로 호주제도와 호적제도는 별개의 것이라는 전제에 입각하여 두 번째 논점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대안의 비교연구에 있어서 현실성·편의성 등에 크게 기울고 있는 느낌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대안선택의 논리적 전제로서 현행 호적제도 자체의 변화의 필연성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였다. 다음으로, 오늘날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형성·유지에 호주제도보다 더 큰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호적제도의 사회적 폐해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 동안 호주제도에 대한 비판은 수없이 있었지만 호적제도에 대해서는 거의 비판이 없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호적제도 자체의 사회적 폐해를 분석하고 대응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요컨대 이 연구는 현행법상 호적제도와 호주제도의 불가분성과 호적제도 자체의 사회적 폐해의 심각성을 중심으로 호적제도의 변화이유와 변화방향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Ⅱ. 호적제도의 변화 요인


1. 호주제도의 폐지


(1) 호적제도의 개념

 

호적제도의 개편과 관련하여 이를 인식하는데는 두 가지 태도로 나뉘어지고 있다. 그 첫째는 호적제도를 원래의 목적에 따라 단순히 국민의 신분관계를 공시하기 위한 제도로 파악하는 것이다. 국민의 신분등록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으며, 그 편제방법에 있어서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명칭 또한 다양하다. 다만 우리 나라의 경우 이 신분등록제도를 호적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다. 이렇게 본다면 호적은 호주제도에 따른 가적을 공시하기 위한 제도만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호주제도가 폐지되어도 국민의 신분관계의 공시는 여전히 필요하다. 여기에서 호주제도와 호적제도는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호주제도를 폐지하더라도 호적제도는 독자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반대로 호주제도를 존치하더라도 호적제도는 얼마든지 개편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우리 나라의 호적제도의 역사성을 도외시하고 그 기능성에만 관점을 고정시킨 견해라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한편, 家를 단위로 등록하는 우리 나라 호적제도의 특징이 일본식의 가제도의 표현이었다는 역사적 경과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법상의 호주제도보다는 오히려 호적제도가 현실의 가족관과 가족의식을 더 크게 지배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실제 국민의식 속에는 민법상의 호주의 권한보다는 동일호적내에 있다는 의식과 그 대표자라는 관념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결국 호적제도의 개혁없이 민법상 호주제도의 폐지만으로는 그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2) 호적제도와 호주제도의 관련성

 

우리 민법상의 호주제도는 호주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민법제797조)와 거소지정권(민법제798조1항), 입적 거가에 대한 동의권(민법제784조, 제785조), 강제분가권(민법제798조1항) 등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1991년 민법일부개정으로 호주의 가족부양의무와 가족통솔권 등의 권리의무를 완전히 폐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부분의 학자들은 호주제도가 형해화하여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체법상의 권리를 중심으로 볼 때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실제 이 ‘형해화론’을 근거로 하여 호주제 존치론자 중에서는 1990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권이 대폭 축소되어 호주가 절대적 권위를 갖는 것은 이미 사라졌고, 현재의 호주제는 단지 가계계승제도에 불과할 뿐 가부장제를 거론할 만한 호주의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미미한 존재인 호주제를 폐지하더라도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실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 의미에서 보면 호주제도 자체가 겨우 명목만 유지하는 정도로 약화되고 특히 호주상속제도가 호주승계제도로 바뀐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家중심의 국민의식의 변화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호주제 폐지론자들은 호주제도의 상징성을 들고 있다. 즉 호주제도가 민법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부와 모, 부와 처,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나아가 처는 부에 대한 종속적 존재라는 관념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호주제도 자체를 민법에서 완전히 폐지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민법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과연 민법에서 호주제도에 관련된 조항을 전부 삭제한다면 家중심의 국민의식이 사라질 것인가? 물론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겠지만, 현재의 국민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 家중심의 국민의식을 강고하게 유지하는 것은 호주제도의 상징성보다는 家중심으로 편제되어 있는 호적제도로부터 나오는 호적의식으로 비롯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식을 지배하는 진정한 힘은 민법상의 호주의 권한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니고 호적제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것이다. 출생하면 호적에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혼인의 경우에는 혼인신고를 하여야 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혼인하면 夫의 호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식, 즉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주요사항을 호적에 기재한다는 것으로부터 비롯하는 호적의식은 매우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혼인신고를 하여야 혼인이 성립한다는 신고혼주의는 호적의 권위를 높이는데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호적의식을 더욱 확고하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호주제도와 호적제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호적제도를 순수하게 신분등록제도로 이해한다면, 호주제도 존폐와 관계없이 호적제도는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은 현행의 호적제도가 호주제도와 전혀 관계없다는 의미 내지는 호주제도가 폐지되더라도 호적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오해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종래의 호주제도 폐지론자들 마저도 호주제도의 폐지가 시급한 일이고 호적제도는 그 후에 천천히 고치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저항을 받고 있는 호주제도폐지를 위한 전략상의 주장으로 이해되지만, 학술적인 입장에서는 현행 호적제도와 호주제도의 관계가 명확히 구명되어야 할 것이다. 호주제도가 폐지되어도 호적제도의 개편이 미비하여 아직도 家制度의 망령에 지배당하고 있는 우리 호적제도의 원조국가인 일본의 경험을 보더라도, 호주제도는 호적제도에 의해 그 실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 호적제도와 家제도의 관련성

 

한국에 있어서 친족집단의 핵은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호적제도상의 조직인 家가 아니라, 宗이라 불리는 조상제사를 중심으로 한 남계혈족집단이다. 이 남계혈족집단인 宗은 姓과 本으로 표시되며, 바로 이 宗이 족보로 편찬된다. 흔히 「姓不變」, 「同姓不婚」, 「異姓不養」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姓개념은 남계혈족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宗개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일본의 동일호족의 가족집단인 家의 명칭에 해당하는 氏가 혼인·입양의 경우에는 호적을 옮기고, 소속하는 家가 바뀌면 그에 따라 氏도 바뀌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민적법과 조선호적령에 의해서 일본식의 호적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본식의 家개념을 중심으로 호적이 편성되었다. 일제의 조선에 대한 가족정책의 핵심은 일본식 ‘家制度’의 이식이었으며, 그것은 실정법에 앞서 호적제도를 통하여 수행되었던 것이다. 일제가 우리 나라에 대하여 호적제도의 시행을 서두른 실제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는 일본본토와 식민지를 內地와 外地로 구분하고 그에 따라 적용법령을 달리하고 있었다. 즉 어느 지역에 속하는 사람인가에 따라 그 적용법령이 달랐으며, 그 지역은 호적주의원칙에 따라 호적과 본적이 소재하는 곳이었다. 內地에 본적을 가진 자가 內地人이고, 外地에 본적을 가진 자가 外地人이었으며, 외지인 중에서 조선에 본적을 가진 자가 조선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사항은 전속 즉 지역간의 본적이동은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내지인이 조선으로 본적을 옮기거나 조선인이 내지로 본적을 옮기는 거의 허용되지 않으므로, 내지인과 조선인은 호적에 의해 엄격히 구별되고 그 신분이 고정되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일제의 식민지통제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식의 家제도 및 호주제도는 바로 호적제도에 의하여 우리 나라에 소개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민법상 호주제도가 명문화된 것은 해방이후 우리 민법의 제정과정에서 입법자들이 호주제도의 유래를 검토하지 않은 채 명치민법상의 호주 내지 가독상속제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부터 비롯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를 바탕으로 제정된 우리 나라의 호적법(1960.1.1, 법률 제535호)은 일본 구호적법(1914[大正3년]. 3.31, 법률 제26호)의 편제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어쨌던 호적제도는 家개념을 중심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에 종법상의 종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런데 조선사회에서는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호적제도가 빠른 속도로 정착하고 아직까지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일부 명문거족들의 경우 족보의 편찬 등으로 宗을 인식할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백성들은 족보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宗의 인식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갑오경장 이후에 면천된 노비들의 경우 宗의 인식은 불가능한 반면 그 필요성은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호적제도가 宗의 인식수단으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닐까? 「宗개념의 家개념화」라고나 할까? 추상적이고 현실적인 집단이 아닌 宗개념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집단으로서의 家개념에 의해 교묘하게 포괄 내지는 대체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 나라의 호주제도는 중국의 종법제와 일본의 가제도의 중첩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본식의 家개념을 바탕으로 편제는 되지만, 동일 家이면서도 家名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姓(宗名)을 그대로 칭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어쨌던 이것은 오늘날까지 호적제도를 宗의 연결표시로 인식하거나 호주제를 조상전래의 문화유산으로 착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家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창씨개명과 같은 무리하고 폭력적인 정책을 서슴치 않던 일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宗개념의 家개념화라는 참으로 교묘하고 교활한 수단을 강구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가족제도상의 법개념으로서 일본식 호주와 조선전래의 家의 尊長으로서의 호주를 구별하는 의식이 없으면 현재의 호주제도를 이해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호주제도가 폐지된다면 종법제에서 비롯한 宗개념은 법률적 개념에서 벗어나 관습에 맡겨지면서 족보 등에 의하여 인식될 수 있게 되며, 일본명치식의 家제도는 호적제도의 수정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며, 호적제도는 신분등록이라는 본래의 사명에 적합하게 개편되게 될 것이다.


2. 호적제도 자체의 변화 요인


(1) 한국호적제도의 생성 및 변천

 

호적제도 역시 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변천해 온 역사적 산물이다. 신라의 경우 요역의 과징을 위한 호구의 조사·파악을 위하여 호적제도가 존재하였으며, 고려의 경우에는 요역의 징수 이외에 봉건적 신분제도유지를 위한 신분의 확인·명시라는 목적이 추가되었으며, 조선의 경우에는 거기에다 인민을 토지에 예속시켜 그 유이·부랑의 방지 및 색출이라는 목적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상 세 가지의 경우는 모두 국가의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공통성이 있으며, 또 모두 중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라는 공통성도 있다. 이 시기에도 가부장제도와 유교적 이데올르기를 바탕으로 한 호적이나 호주제도가 존재하였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법제에 입각하여 신분의 명시보다는 주로 세원의 확보, 요역징수, 주거파악의 기능을 한 것으로서 강대한 지배구조로서의 호주권의 개념이나 호주상속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은 1909년의 민적법을 계기로 일본식의 호주제도가 이식·강제됨과 동시에 호주가 가부장으로서 사법상의 주재자를 의미하는 법률상의 용어로 고정되기에 이르렀다. 1960년에 민법이 제정되어 민주적 가족법원리가 주류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적제도 등은 일본식의 家제도를 성실하게 승계받았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관습 또는 가족제도로 생각하고 있는 가부장적 호주제도도 바로 이 시기에 일제의 천황제적 가족국가의 이데올로기의 이식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1989년의 민법개정은 호주권을 대폭 약화시키고 호주상속제도를 임의적인 호주승계제도로 개정하는 등 실질적으로 家제도의 폐지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제는 헌법상의 이념이나 호적제도 자체의 이념에 따라서 새로운 독자적인 신분등록제도의 구상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우리 나라의 호적제도를 위와 같이 3시기로 구분하고 각기 그 시대적 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요역과징중심의 호적시대(고조선, 신라, 고려, 조선시대)

 

호적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서 그 제도와 함께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고대사회에서는 호구조사에 관한 행정적인 문서로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구조사의 기본적인 목적은 무엇보다도 戶와 口를 대상으로 요와 부를 과징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얻는데 있었으며, 호적은 그와 같이 국가권력이 호구를 대상으로 인민에게 요부를 과징, 징수하기 위한 기초자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의 호구조사는 고조선시대에도 있었으며 삼한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다. 신라 역시 唐의 호적제를 도입·채택하면서 그 특유한 촌락의 사회경제적 위치의 중요성에 비추어 촌을 단위로 하는 村籍制를 창제하였으며, 그와 함께 호적제도 실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시대에 들어오면 호적제도의 기능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다. 호적제도의 본래적 기능은 전시대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조세의 징수와 요역의 부과를 위한 기본자료의 획득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고려에서는 신분제를 기반으로 하는 봉건적 지배체제가 점차 확대되어 감에 따라 호적제도는 그 기본적 기능과 관련하여 봉건적 신분을 확인·명시한다는 또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호적의 내용에는 ① 호주 및 그 世系, ② 동거하는 자녀, 형제, 姪과 婿, ③ 노비까지 포함되며, 그 노비는 전해진 宗派와 그 자녀, 花名, 年歲 및 奴의 처와 婢의 夫의 신분의 良賤까지 자세히 기재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고려는 요부를 과징하는 자료로서 단지 호구를 조사하여 호적에 싣는데 그치지 않고, 양반, 양민, 천민 등의 신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등 신분제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호적을 통해서도 나타났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고려가 정립한 호적제도의 기본틀을 그대로 계승하였지만, 그 초기부터 수정보완에 노력하여 세종대에는 어느 정도 체계적인 정비를 완료하였으며, 성종대에 완성된 경국대전의 편찬에 형식적인 체계화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국대전에 규정된 조선의 호적제도는 그 후에 벌칙이 강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변화없이 조선말까지 유지되었다.

호적제도의 기본적 기능이 조세징수와 요역부과이며, 고려에 들어와 그 기본적 기능과 관련하여 신분을 확인명시하는 기능이 추가 되었음은 기술한 바와 같지만, 이를 인민의 입장에서 보면 입적은 곧 신분에 따른 요역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많은 인민들이 가중되는 국역을 피하는 방법으로 누적과 함께 유이, 부랑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조선의 호적은 이러한 상황에서 인민을 토지에 계박하여 그 유이, 부랑을 방지 내지는 색출하는 또 하나의 기능을 부담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호적제도로서는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오가통제와 호패제를 채택하였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의 호적제도는 그 자체를 정교화하는 동시에 오가통제와 호패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창출하여 그 추가된 기능을 보완하면서 종합적인 제도로 발전하였다. 즉 호적제도, 오가통제, 호패제의 3자는 삼위일체가 되어 인민이 유이, 도익하고 혹은 신분을 사칭하여 국역을 피하는 것을 봉쇄하면서 호적제도에 부과된 제기능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종합적인 호적제도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신분제를 기반으로 한 조선조의 체제유지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능까지 수행하는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매우 체계화되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선시대에도 「호구」의 관념으로서 호적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호적에는 요역의 과징이라는 목적에 부응하여 호별로 편제하였으나, 호적을 단위로 한 ‘家’의 관념은 없었다는 점에서 일제 이후의 호적제도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종법제에 의거한 ‘종가’ 또는 ‘본가’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호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同宗의 개념인 門中 내에서 계통의 중심이 되는 가족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이것은 동거노비의 경우는 동일 호적에 함께 편제되는데 비하여, 별거하는 자녀는 별개의 호적을 편성하였던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호주, 호수, 가장 등의 용어가 병용되고 있었으나, 호주에게 가족원에 대한 특별한 권리가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즉 자녀에 대한 부권과 처에 대한 부권 이외에 가족 전체에 대한 통솔권인 호주권 내지는 가장권의 개념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지위는 夫 또는 父의 지위에서 당연하게 인정되거나, 가족내의 존장에게 자연스럽게 인정되던 것이었다고 보여지며, 결코 법적으로 호주권 내지 가장권이 부여되거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으며 또 타인에게 승계되는 것도 아니었다.


(3) 일본식 家중심의 호적제도(조선후기, 일제, 신민법 시대)

 

1) 민적법 및 조선호적령

우리 나라의 호적제도가 근대적으로 개혁되기 시작한 것은 갑오경장부터이지만, 실질적으로 그 목적과 제도가 완전히 변혁된 것은 1909년의 「민적법」과 「민적법집행심득」이 제정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즉, 호적은 호구를 조사, 파악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家」와 「家에서의 개인의 신분관계」 를 공시 또는 증명하는 공증문서가 되는 동시에 법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호적제도가 작통제 및 호패제와 완전히 결별·분화되어 「家」와 「家에서의 개인의 신분관계」의 등기제도로서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민적부에 기재되어야 하는 사항은 ⓐ 출생, ⓑ 사망, ⓒ 호주의 변경, ⓓ 혼인, ⓔ 이혼, ⓕ 입양, ⓖ 파양, ⓗ 분가, ⓘ 일가창립, ⓙ 입가, ⓚ 폐가, ⓛ 폐절가의 재흥, ⓜ 부적, ⓝ 이거, ⓞ 개명, ⓟ 친권 또는 관리권의 상실 및 실권의 취소, ⓠ 후견인 또는 보좌인의 취임, 경질 및 임무의 종료 등 신분변동의 대부분이 망라되어 있다(민적법 제1조의 2).

결국 이 민적법의 주요 핵심은 일본식의 家제도와 호주제도의 이식이었으며, 이에 의하여 호주가 가부장으로서 家의 주재자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제는 이미 1906년에 조선통감부를 설치하면서 동화정책의 서막으로 일제식 가제도를 민적법을 통하여 우리 나라에 침투시켰던 것이다.

민적법은 한일합병 이후에도 일본 호적법과 함께 적용되었으나, 1923년 조선호적령에의 시행에 의하여 호적제도는 신분관계를 공증하는 등기제도로 개혁되었고,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책임자는 府尹 또는 읍면장으로 하는 것은 종전과 같으나, 그 사무의 감독은 관할 지방법원장의 책임으로 하여 사법부로 소관을 변경하였다. 이것은 호적사무가 사람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공증함으로서, 그것이 사법상의 권리의무와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이다.

일제로부터의 해방후 신민법과 함께 시행된 호적법은 일본의 구호적법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2) 일본 호적제도의 영향

여기에서 일본 호적제도의 성립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분등록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서구의 모델인 개인별 편제, 사건별 편제 등의 방법이 있지만 일본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명치시대의 입법과정(1882년(명치15년)의 호적규칙에 관한 원로원회의)에서 서구형의 신분증서의 도입이 주장되기도 하였으나, 결국 호적은 단순한 신분등록이 아니라 가족의 현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시하는 것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명치정부가 이렇게 가족단위로서의 신분등록을 취한 것은 징세, 징병, 치안목적을 위하여 국민의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명치정부는 호적에 나타나 있는 가족현상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고 또 가족을 관리하기 위하여 민법상의 家제도를 확립하였다. 그것은 명치정부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제도였다. 명치정부는 家제도에서 치안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의 대체기능을 모색하고 또 천황을 주권자로 하는 가족국가관의 기초를 확립하는 역할도 기대하였던 것이다. 호적이야말로 家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표시하는 중요한 제도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1898년 명치가족법이 家, 호주, 가독상속이라는 천황제 가족국가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하는 家제도를 규정하고 사람의 신분관계에 관해서도 상세한 규정을 두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을 등록하기 위하여 호적법이 개정되었다. 이 명치호적법 역시 家제도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었으며, 호적은 명치민법이 규정하는 家를 등록하는 것이고, 戶는 호주를 기준으로 각호마다 편제되었다. 그런데 戶의 구성원인 가족의 등록에는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었으므로 호적상의 戶는 현실의 가족생활과 점차 유리되어 단지 「지상의 家」로 되어 소위 家의 관념화 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1898년의 명치호적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단위등록인 호적부 외에 개인별사건별 신분등기제도를 만들어 신분관계의 신고나 보고를 모두 신분등기부에 기재하였다는 것이다. 신분등록제도의 근대화를 겨냥하여 신분등록제도를 이원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신분등기부제도는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가 1914년(대정 3년)에 폐지되고 말았다. 단순한 신분행위의 등록.공증이라면 신분등기라도 되지만, 신분행위의 결과 취득한 家에 있어서의 지위를 확정.공정하는데는 호적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의하여 호적은 「각인의 신분자격을 증명하고」, 「家의 조직, 호주와 가족의 관계를 규정하여, 일가의 흥폐 및 호주권의 소재, 가족의 속적을 증명」한다고 하는 공증기능을 독점하게 되었으나, 호적이 家를 나타내고 또 그 家에서 어떠한 지위에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 및 家제도하에서는 가족의 권리의무가 家에 속하는 것, 결국 그 家의 호적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은 호적기재를 단순한 등록공증이라는 기술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느끼고, 호적기재를 필요 이상으로 중시하는 의식, 家名의식, 호적을 더럽힌다는 호적감정 등을 생기게 하였다. 또 호적공개원칙에 의하여 누구라도 수수료만 지불하면 자유로이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차별에 악용되거나 그것을 우려하여 체제에 순응하는 심성을 기르는 것으로도 이용되었다. 바로 이 명치호적법이 우리 나라 호적법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호적의 이러한 역사성으로 인하여 제2차대전후의 개혁에 의하여 호적에 기재된 가족의 범위가 부부와 氏를 같이하는 자로 축소되어도(3세대호적의 금지), 그 범위가 氏를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하는 기본적인 구조에는 범위가 없는 이상 전전의 家의식이 온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명치호적법은 제2차대전후 헌법상의 혼인과 가족에 관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본원리로 한 가족법 개정으로 인하여 家제도가 폐지되고, 그에 따라 호적법도 호주를 기준으로 가별로 편제하지 않고, 부부와 그 氏를 같이하는 자녀로 편제하고 있다(일본민법 제6조). 호적의 편제기준으로서 호적필두자를 결정하지만, 夫의 氏를 칭하는 혼인이 대부분인 실정에서는 대부분이 夫가 호적필두자로 되어 있다. 이것은 범위가 좁아지는 것일 뿐, 家제도시대의 호적과 거의 유사하다. 호적필두자는 호적의 색인기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두자의 氏를 필두자란에 별도로 표시하고 가족은 순서에 따라 이름만 기재된다. 이혼해도 제적되는 것은 필두자의 배우자이고 필두자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필두자가 양자가 되어 양친의 氏를 칭하면 그 호적에 기재되어 있는 전원의 氏도 양친의 氏로 변하지만, 필두자의 배우자가 양자가 된 경우에는 양친의 氏를 칭하지 않는다(일본민법 제810조 단서). 또 필두자가 사망해서 제적되어도 필두자란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취급을 보면, 필두자는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고, 이 기재는 단순한 검색 이상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부모와의 혈족관계란에는 적출자는 장남, 장녀, 이남, 이녀 등을 기재하고 혼외자에 관하여는 남, 여, 양자는 양자, 양녀라고 기재한다. 이러한 것으로부터 이혼이나 혼인외의 출산을 혐오하는 의식, 혈족관계기재로부터 적출자와 혼외자, 실자와 양자를 차별하는 의식, 氏의 異同, 호적의 이동이나 호적기재에 구애받는 의식이나 호적에 기재되어야 비로소 진짜 가족이 된다는 의식을 남기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도 호적을 단순한 신분등록 내지는 공증제도로만 포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지금도 호적에서 가족의 실체를 보는 의식을 고치고, 헌법이념인 개인의 존중을 가족의 기초로 삼기 위해서는 가족단위등록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4) 개인의 존엄을 바탕으로 하는 신분등록제도(1989년 민법개정후)

 

1977년의 가족법개정 당시에도 호주제도폐지가 주요핵심의 하나였으며, 1990년 개정에서도 호주제도 폐지를 둘러 싼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폐지되지 않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1990년 개정에서는 호주제도 자체는 비록 폐지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호주의 권한에 관한 규정이 대폭 삭제되어 호주권은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한 것으로 남았을 뿐 그 실체는 형해화되고 말았다. 강제적 신분상속인 호주상속제도가 임의적인 호주승계제도로 전환되었고, 민법의 편제에 있어서도 호주승계는 친족편으로 옮겨졌다. 호주제도의 존속과 호주승계제도로의 전환이라는 결과를 두고 혁신적이라고도 하고 타협의 산물이라고도 하지만, 그 의미 자체를 지나치게 폄하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주제도의 완전폐지를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본다면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효과라는 측면에서는 家의식의 완전불식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원인이 호주제도의 상징성 때문이든 가제도의 실질적 온상인 호적제도 때문이든, 이제야말로 家중심의 호적제도를 개인의 존중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인간중심의 호적제도로 개편해야 할 시대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가치관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입법이 선행함으로써 그 법률에 체현된 사상이 권위를 가지게 되고, 나아가 국민들이 그 법률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Ⅲ. 호적제도의 개선을 위한 이념지표


1. 가족법과의 조화


호적제도를 생각함에 있어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은 가족에 대하여 법이 기대하는 역할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법의 가족에 대한 역할기대는 대체로 다음의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법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가족모델을 수립하고 그것을 준수시키는 임무를 부과하는 것이며, 둘째는 법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습속을 존중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가족질서의 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의식을 보수화하여 다양한 사회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는 장점이 있지만, 극단적으로 이기주의적인 개인주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대체로 법의 입장은 시대적.사회적 여건에 따라 이러한 두 가지 극단적 태도 사이의 어느 범위를 오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최근의 전세계적 흐름은 가족에 관한 모든 가치판단을 주관적인 것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입법자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이기주의적 개인주의를 점차 확대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가족에 대한 모든 통제를 포기하고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개인주의까지 무조건적으로 보호할 정도로 완전개방적인 태도로까지 확대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다. 가족법의 속성상 이상적인 가족모델의 보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현행 가족법은 이 두 가지 양극단의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그 자체로서 별개의 연구과제가 될 것이므로, 여기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몇가지 측면만을 중심으로 일별하면, 우선 우리 가족법이 혼인·입양 등의 성립에 있어서 신고혼주의를 취하고 있음은 우리 가족법이 전자의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일응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혼 이외에 법이 예상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없는 사실혼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나, 이혼에 있어서 파탄주의 이혼을 인정하는 등은 우리 가족법이 이상적 가족모델을 철저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협의이혼까지 인정하는 것은 우리 가족법이 후자의 방향으로 크게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호적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호적법은 넓은 의미의 가족법의 법원이면서도, 위에서 본 가족법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즉 현재의 호적제도는 기본적으로 일생에 한번만 혼인하고, 법률혼의 상대방과의 사이에서만 자를 출산하고, 결코 이혼하지 않고 일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나 불가피하게 선택을 한 사람, 나아가 선택의 여지없이 그러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피해를 주거나 현실적인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가족법의 전체적 지향점의 통일과 제도 상호간의 균형을 위해서도 호적제도의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목적으로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남아 있다. 우선 개인의 인격적 측면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기주의적 개인주의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제도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주의적 개인주의의 경계라는 관점도 부부사이나 친자사이의 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관념상의 家의식의 계승을 위한 개인과의 관계에 적용되어서는 안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호적제도의 개선의 이념지표는 헌법상의 이념과 家의식의 불식이라는 두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2. 헌법상의 이념


남녀라는 성차이가 인생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성별역할분업을 극복하고 개인이 자기의 주체적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은 인권보장의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따라서 가족법도 지금까지의 부계혈통중심의 확대가족을 가족의 모델로 하면서, 가사.육아에 종사하는 처의 지위의 확보나 생활보장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고, 성별역할에 구애받지 않는 개인의 다양한 삶의 방법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정의 가족상을 기준으로 법제도를 조립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자기의 생활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 즉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족법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가족이나 부부의 일체성 보다 개인으로서의 생활방법을 존중하는 것은, 이미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규정에 명백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사회는 오히려 이러한 이념의 실현을 저지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家의식으로 인한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家의식은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家에 가족원이 종속하는 의식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그 의식은 家의 승계, 관혼상제의 의식이나 친족의 서열, 시부모에 대한 며느리역할, 며느리의식 등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 예컨대 장남이라는 이유 때문에 부모와의 동거를 생각하고, 처는 동거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처는 며느리로서 夫나 夫의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식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러한 의식은 가족을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 보아, 개인의 주체성을 우선하는 사고방식과는 조화되기 어렵다.


3. 家의식으로부터의 탈피


민법제정후 몇차례의 개정을 통하여 호주제도가 거의 형해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러한 家의식이 뿌리깊게 남아 있는 것은 家의식을 조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아직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는 민법상의 호주제도와 호적법상의 호적임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추상적인 민법상의 家관념 보다는 호적을 家라고 생각해서 입적 또는 제적을 통하여 家에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주를 그 호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호적을 더럽힌다는 것은 곧 家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일제로부터의 호적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아 유지하고 있는 家단위의 호적을 통해서 家의식이 그대로 온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속에 침투해 있는 家의식을 불식하고 가족관계에서 개인의 존엄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규정상 家制度에 관련하는 부분 즉 가족단위의 호적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호주제도 폐지라는 개혁의 동인을 일관성있게 관철하기 위해서는 호적제도의 개편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호주제도의 폐지만으로는 家의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Ⅳ.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정립 방향


1.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혼인에 관한 의식의 변화이다. 이혼율의 가파른 상승,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는 재혼가정, 그보다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혼인율의 급격한 저하 등이 우리 사회의 혼인 내지는 가족관념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법률혼부부와 그 사이의 子로 구성되는 전통적 가족(典型家族) 이외에 편부모가정, 무자녀가정, 사실혼가정, 독신가정, 同性가정 등의 다양한 유형의 가족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가치관이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다른 형태는 모두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법이나 제도가 바람직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호주제도를 통하여 유지하려는 가족도 그러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중의 하나일 뿐이다. 호주제폐지론자들은 호주제도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근원에서부터 부정하는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전근대적 악습일 따름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호주제도 내지는 가족중심주의적 사고방식 또한 바람직한 측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친족간의 유대관계는 친족공동체 또는 가족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유지에 크게 공헌한 점도 인정되며, 또 자기의 근원을 알고 조상을 섬기며 성과 본을 중심으로 一家를 형성하고 승계하는 것이 조상전래의 정신을 이어 받는 정신적 유산으로서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정신이라는 호주제 존치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가정이라는 집단내의 질서유지를 위한 구심점으로서의 호주라는 존재가 필요할 수도 있고, 호주로 하여금 분묘 및 제사 등을 승계함으로써 家의 도의적 주재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으며, 호주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를 통하여 사회보장적 기능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도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여러 가치 중의 하나일 뿐이지, 국가적 차원에서 다른 가치들을 모두 부정하면서 유일하게 호주제도만을 법률로 정해놓고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 역시 개인의 가치관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고, 나아가 어느 가문의 가치관일 수는 있어도, 국가전체의 가치관으로 규정하고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이념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정립함에 있어서는 우리 사회에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2. 현행 호적제도의 장점이 유지되어야 한다


현대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자기자신의 존재나 국적, 가족관계, 가족에 관련된 사실을 등록하고 공증하는 제도가 필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자기자신의 성명의 증명(존재의 증명), 출생 및 사망연월일의 증명, 국적의 증명, 혼인관계.친자관계.친족관계의 증명과 같은 사항이 생각될 수 있다. 특히 혼인관계.친자관계.친족관계의 증명은 중혼이나 근친혼 등의 혼인성립요건이나 입양의 성립요건을 확인하기도 하고,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을 확정하기도 하고, 부양의무자를 아는데도 중요하다. 또 우리 상속법은 압도적으로 법정상속이 많기 때문에 법정상속인을 확정하는 데도 친족관계의 증명이 필요하다. 나아가 호적과 같이 친족관계의 추적기능이 구축된 제도가 있기 때문에 법정상속이 중심이 되어 있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호적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즉, 개인의 일생에 걸친 신분관계의 변천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생, 사망, 혼인, 이혼, 입양, 파양, 인지 등의 모든 신분사항을 신분변동이 있을 때마다 호적의 신분사항란에 순차적으로 기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인적편제방식이라고 한다. 이 인적편제방식은 출생, 사망, 혼인, 이혼, 입양 등 각 신분사항별로 개인의 장부에 따로따로 등록하는 방식인 사건별 편제방법에 비해 특정인의 신분변동과정을 일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하에서도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개인의 친족관계를 무한히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를 기준으로 하여 혼인, 이혼 등의 신분관계가 있을 때, 입적.제적.복적을 되풀이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또 호적편제란을 두어 어떠한 이유로 호적을 편제하고 그 호적에 어떠한 이유로 원래의 호적으로부터 입적했는가를 기재하기 때문에 개인의 친족관계를 각자의 호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호적전산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호적제도에 관한 개선방안을 강구함에 있어 호적의 전산화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전산화된 호적을 어떻게 발전.개선하는가에 따라 호주제 및 가족제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으며, 또 기본가족별 편제방안과 개인별 편제방안에 관한 논쟁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호주제도 존폐론의 의의를 무의미하게 함으로써 결국은 호주제 존치론의 입장을 옹호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호적제도에 관한 한 더욱 치명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家’의식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호적제도의 개편논의 자체를 어떤 제도를 취하더라도 그 효과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여 호적개편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의 호적제도 개편은 그 자체가 家의식에 종지부를 찍는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이 경시되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호적전산화와 관련하여 특히 유념하여야 할 사항은 프라이버시보호의 문제이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호적으로부터 공개된다고 하는 것은 본인 및 가족의 사생활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호적공개주의 등의 보완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Ⅴ. 개인별 편제방안의 필연성


1. 제안된 개선방안


호적제도의 개선방안과 관련하여 크게 기본가족별 편제방식, 주민등록과 일원화한 편제방식, 개인별 편제방식의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기본가족별 편제방식과 개인별 편제방식 및 주민등록과의 일원화 방안에 대한 장단점에 관하여 언급하기로 한다.


(1) 기본가족별 편제방식

 

1) 의의

기본적으로 현행의 호적체제를 유지하면서 부부 및 그 자를 호적의 편제단위로 하므로써 부부동적, 친자동적, 3세대호적금지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편제방식을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이라고 한다. 존폐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호주제도의 폐지를 계기로 하여 호적상의 호주를 없애는 대신 부부쌍방 또는 일방을 기준인으로 정하여 행정 및 사무처리상의 검색편의를 도모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2) 장점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은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는 기본적인 친족관계이기 때문에 하나의 가족부에 함께 공시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이고, 또 그 편제방식이 현행 호적과 유사하기 때문에 개편작업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3) 단점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음 몇 가지의 단점이 있다. 첫째, 이러한 기본가족별 편제방안식 독신부모가정(모자.부자가정), 사실혼 가정, 혼인외의 자녀, 재혼가족이나 독신생활 등 현실의 다양한 가족형태와 장래에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성커플 등의 가족형태를 포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즉, 이러한 호적으로는 편부모 가정, 조부모.손자녀 가정 등 다양한 결손가족형태나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의식은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개인의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별 등록제를 향한 과도기적인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또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은 다음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즉, ① 개인의 신분기록이 담겨있는 가족부를 찾기 위해서 본적과 가족부의 명칭 또는 가족부 대표자의 명칭을 갖추어야 하고, ② 인지.입양.혼인 등의 사유로 소속 가족단위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가족부 소속의 이적(移籍)과 신분기록의 이기가 필요하며, ③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에 부부의 호적과 자녀의 호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④ 혼인외의 출생자의 호적을 어느 호적에 편제할 것이냐, ⑤ 전혼 중의 자녀와 후혼 중의 자녀를 어느 호적에 편제시킬 것이냐 등의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은 국민들의 호적의식 속에서 호적을 통하여 ‘家’를 나타내려고 하는 ‘家의식’을 불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호적을 ‘家’의 표상으로 보는 우리 사회적 관념을 감안하면, ‘家’의 범위의 조정에 불과한 편제방식의 변화만으로 뿌리깊은 ‘家의식’이 불식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家’를 전제로 하여 출생이나 입양 등으로 인하여 가족원으로 편제되는 구조하에서 호주제도의 폐지를 통하여 얻으려 하는 개인의 존엄이나 양성평등의식의 고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부부와 친자만의 2세대를 호적의 편제단위로 하고 있는 일본의 가족부 운영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결국 가족단위로 편제하는 방식으로는 ‘家의식’의 불식이나 개인의 존중이라는 헌법상의 이념을 구현하기에는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견해가 많다.

나아가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단점도 아울러 지적되고 있다.


(2) 개인별 편제방식

 

1) 의의

개인별 편제방식은 부계혈통중심의 관념 내지는 家의식을 불식하고, 개인의 존중이라는 헌법이념을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출생하면 1개의 신분등록부를 편성하고 거기에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는 신분변동과정을 전부 기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람이 특정의 ‘家’에 소속하거나 호주 등의 특정인에게 종속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2) 장점

개인별 편제방식의 최대의 장점은 현재의 호적편제방식이 가지는 복잡한 문제, 신분변동에 따른 복잡한 이적(제적 및 입적).이기의 이론구성과 절차의 대부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친자동적원칙에 따른 부 또는 모의 호적을 택일하여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별 편제방식이야말로 개인의 존중이라는 헌법이념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그 외 실무적으로 개인별 편제방식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이점이 있다. 즉,

① 호주, 기준인, 필두자 등으로 불리우는 신분등록부의 대표자가 불필요하다. 신분등록을 개인별로 편제할 경우 본인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만으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② 호적사항란이 불필요하게 된다. 호적부의 편제.재제.전적.제적 등의 사유를 기재하는 호적사항란은 개인별 편제방식에서는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 출생신고, 취적신고, 국적취득신고 등의 편제사실은 신분사항란에 기재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③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에서는 자녀의 신분기록을 부모 중 누구의 호적에 편제할 것인가에 관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그에 수반하는 남녀평등의 논란도 생기지 아니한다. 개인별 편제방식을 취하면 자녀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는 부의 신분등록과 모의 신분등록에 모두 기재되기 때문이다.

④ 분가, 분적, 이적(移籍), 이기(移記)의 문제가 생기지 아니한다. 개인별 편제방식을 취하게 되면 가족단위로 편제하는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에서와 같은 분가.분적의 문제는 애당초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인지, 입양, 혼인 등의 경우에도 다른 호적으로 이적하고 신분기록을 이기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호적란과 신호적란도 불필요하기 때문에, 신분기록사무의 업무량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⑤ 배우자, 부모, 자녀가 일괄 기재되므로 부부관계, 친자관계의 공시력이 오히려 향상된다.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을 취하더라도 부부와 자녀의 가족부가 서로 나누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으므로, 이들의 친족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호적을 전부 검색하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개인별 편제방안에서는 본인의 배우자, 부모, 자녀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기재되기 때문에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제1순위 및 제2순의의 상속인은 즉시 파악이 가능하게 된다.

⑥ 프라이버시 침해의 여지가 줄어든다. 개인별 편제방식을 취하면 본인 외 그 배우자, 부모, 자녀의 신분변동사항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들의 신분변동사유가 한꺼번에 공시되는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에 비하여 개인의 사생활 침해의 여지가 적다.

 

3) 단점

개인별 편제방식을 취하는 것은 너무 현격하고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호적의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우려와 호적의 양적 방대화를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여러 가지 측면의 사회적 변화와 호적의 전산화로 대부분 해소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다만 호적전산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즉, ① 현재 전산화된 호적은 기존 호적부의 양식 및 호적의 편제단위에 따르고 있는데, 개인별 편제방식으로 바뀌면 그 전산시스템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한다. 그 동안의 호적부는 문장식으로 기재하여 왔으나, 호적정보화 시행 이후에는 전산호적부에 항목식으로 전산정보조직에 의하여 기록되어 호적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② 현재의 호적제도를 개인별 신분등록제도로 바꿀 경우에 본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이 컴퓨터에 의한 검색부호로 되므로, 모든 사람의 호적에 주민등록번호를 빠짐없이 기재하고 그 정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호적에는 주민등록번호의 기재가 누락된 것이 많다는 것이다. ③ 개인별 편제방식을 취하면 본인의 배우자.부모.자녀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일일이 찾아서 기록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들 모두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는 엄청난 작업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미 완료된 전산자료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 신분등록제도를 개편하는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당연히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3) 주민등록과 일원화한 편제방식

 

1) 의의

호적제도는 국민의 신분관계를 등록, 공증하는 제도이고, 주민등록제도는 인구행정의 기본정보를 처리하는 사무로서 사람의 거주관계를 등록, 공증하는 제도이다. 즉, 양 제도는 모두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제도라는 점에 공통성이 있지만, 호적은 속인적이고 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주민등록은 지연적이고 동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으로 인하여 그 존재목적과 지배원리를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양 제도는 상호간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도 업무체계는 이원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사무의 관장과 감독에 있어서도 이원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이원적 체계와 제도의 전근대성으로 인하여 실무상에서는 행정업무의 중복성으로 인한 인력·예산낭비, 주민의 이중적 신고에 따른 많은 민원야기, 본적지로 인한 지방색의 심화, 국민의 호적에의 무관심으로 인한 양 제도의 혼동 등의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등록과 일원화한 편제방식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연구의의가 있다고 본다.

 

2) 장점

주민등록과 일원화한 편제방안은 현행의 호적제도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성불평등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적고, 또한 국민의 이중등록제도를 지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민의 정적·동적 신분사항을 동시에 관장할 수 있어 호적사항 신고시 본적지와 주소지간의 통보.확인절차 등에 있어서 행정업무의 간소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전산화한 주민등록제도를 이용하여 호적사무 담당자들의 호적업무와 국민들의 호적등초본 발급업무와 관련된 민원업무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미 앞에서 제기된 행정업무의 중복성으로 인한 인력·예산낭비, 본적지로 인한 지방색의 심화, 주민의 이중적 신고에 따른 많은 민원야기, 국민의 호적에의 무관심으로 인한 양 제도의 혼동 등 여러 가지 실무상의 문제점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3) 단점

존재목적과 지배원리를 달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장기관도 다른 양 제도를 통합하는 데는 여러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호적과 주민등록이 일원화된다고 하면 이를 관장하는 기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일원화가 가능한 것인가? 또 당장 호적사무와 주민등록사무를 어느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할 것인가? 결국 호적과 주민등록이 명실상부하게 일원화하기 위해서는 양 제도의 완전한 전산화가 전제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2. 개인별 편제방식의 검토


우선 호적제도의 개선의 이념지표를 헌법상의 이념과 家의식의 불식이라는 두 방향에서 찾는다고 보면 만족스러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개인별 편제방식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념상으로도 가족이나 부부의 일체성 보다 개인으로서의 생활방법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규정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 家의식으로부터의 완전한 탈피를 위해서도 기본가족별 편제방식 보다는 개인별 편제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의 최대의 문제점은 호적을 家의 표상으로 보는 국민들의 호적의식으로 인하여 호주제도의 폐지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家의식의 불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과, 다양화하고 있는 새로운 가족형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체로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을 주장하는 견해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현행 호적제도의 개선방향을 주로 남녀평등적 관점에서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호주제도 및 호적제도의 문제점을 남녀평등적 관점에서만 파악한다면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을 취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문제점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호주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단순히 남녀평등의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사회적, 정신적, 문화적 측면을 고려한 복합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남녀평등적 요소의 제거만으로 호적에 뿌리를 두고 있는 家의식을 불식하기 어려울 것임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다음에 지적해 둘 것은 기본가족별 편제방안은 새로운 전형가족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행의 호적제도가 부계혈족중심의 직계가족제도를 전형으로 하고 있다면,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은 기본가족 즉 소위 핵가족을 그 전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선 부부 및 미성년자녀로 구성되는 소위 핵가족이라는 것이 산업사회에 적합한 가족형태라고 하더라도 여성사회진출의 증가 및 정보화사회의 도래로 인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탄생시키고 있는 현대사회의 전형으로 삼기는 곤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핵가족으로 하여금 현행 「家제도의 신화」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 법적 관점에서 호주제도 및 호적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가부장적 성격으로 인한 비민주성과 그 사회적 폐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정의 가족형태를 법률로 정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없이 그에 따르게 하는데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법룰에 정해진 가족형태만을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가족형태를 모두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편향된 시각을 형성하고 그로 인한 각종의 차별을 초래하고 있다. 다양화하고 있는 새로운 가족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고 하면서, 핵가족을 그 전형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대체하는 것은 자가당착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법이 보수적 가치관과 혁신적 가치관을 모두 포섭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하나의 가치관만이 법적 보호를 받고 다른 가치관은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호적제도(신분등록제도)는 가족관계로부터 가치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은 본적이나 호주 등 개인의 신분기록을 찾기 위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점, 인지.입양.혼인 등으로 소속 가족단위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移籍과 移記가 필요하다는 점, 이혼후의 자녀나 혼인외의 출생자 등의 경우에는 어느 호적에 편제할 것이냐 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호주제가 폐지되기만 하면 개인별 편제를 하든 기본가족별 편제를 하든 상관없다는 생각은 호적제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측면을 도외시하거나 국가적 대사업이라 할 수 있는 호적제도 개편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무책임의식이 바탕에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어쨌던 현재로서는 개인별 편제방식만이 부계혈통중심의 호적제도에서 나타나는 가족중심적인 家의식을 불식하고,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여 개인의 존중이라는 헌법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최선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별 편제방식에서는 본인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로 충분한 색인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본적이나 호주 등 신분기록을 찾기 위한 제도가 불필요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호적간의 연결기능을 하고 있는 호적사항란도 필요없게 되고, 본적이 없으므로 전적의 문제도 생기지 아니한다. 또 현재와 같이 누구를 호적의 기준인으로 할 것인가 또는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의 어느 쪽 호적에 편제할 것인가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이와 관련한 남녀평등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배우자·부모·자녀를 일괄적으로 공시할 수 있어서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를 일람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즉, 현행 호적제도나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에서와 같이 부부와 자녀의 호적이 분리될 수밖에 단점을 오히려 보완할 수 있다. 또 개인별 편제방식에 의하면 본인의 신분변동사유만 기재되고 그 배우자·부모·자녀의 신분변동사항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들의 신분변동사유가 한꺼번에 공시되는 현행 호적제도나 기본가족별 편제방식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3. 호적전산화 관련문제


호적제도의 개편을 생각함에 있어서 단순히 가술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복잡한 논리의 정립은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적제도의 이념적 내지는 정신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호적제도 그 자체의 개혁이 목표가 된다면 기술적인 측면의 고려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호적제도 그 자체보다는 호적에 의하여 상징되고 또 관념지워진 사고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즉 진정 무엇을 개혁하여야 할 것인가? 호적제도 그 자체가 목표인가? 아니면 호적제도 속에 있는 낡은 관념이 목표인가? 후자가 목표라면 호적제도의 틀이 바뀌는 것보다 그것으로 인하여 관념화된 家의식으로 탈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호적전산화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호적제도가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을 취하든 개인별 편제방식을 취하든 상관없이 호적전산화가 완료되면 오직 출력의 형식만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호적제도의 개편이 사회적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호적전산화로 무엇이 어떤 형식으로 출력되느냐 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누가 어느 호적에 들어가는가 또는 어느 호적에 들어 있는가를 의식하는 개인의 관념인 것이다. 즉, 호적제도 개편의 의의는 이러한 家의식으로부터 탈피하여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헌법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는 점에 있다. 특히 호적을 곧 ‘家’의 표상이라는 관념이 없는 경우에는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러한 관념이 형성되어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고 또 바로 그것을 타파하겠다는 의지가 호적개편으로 나타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상황에서는 이 점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호적전산화가 된다고 해서 현재의 家제도 및 家의식을 존속시킬 수 있는 요소를 그대로 두어도 좋다는 것은 결코 개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부모와 자녀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하는 것을 법률이 인정하는 것이고, 부모가 가족구성의 기준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다는 식으로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현재의 호적제도 개편논의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호적전산화가 되더라도 출생과 더불어 누구나 부의 호적이나 모의 호적에 입적하는 개념이 아닌 개인별 신분등록이 만들어진다는 관념을 창출해내는 것이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호적제도를 개편하는 궁극의 목표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분등록을 과학의 발달이 합리성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정신적 측면과 이념적 측면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부지부식간에 호적의 전산화가 호적제도의 개혁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결론지워지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외 실무적으로 개인별 편제방식은 호적전산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이점이 있다. 즉, ① 하나의 신분등록청에서 신분기록업무를 총괄하게 되므로 호적의 소관청이 여러 곳으로 분산될 필요가 없고, 신분기록업무가 줄어든다. ② 호적의 소재지인 본적이라는 개념이 불필요하다. 본적제도가 없어지면 轉籍의 문제도 생기지 아니하며, 신분기록이 모두 전산화되므로 이를 재제할 필요성도 없다.


4. 신분등록부의 명칭


한편 개인별 편제방식을 채택한다면 현행의 「호적」이라는 명칭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호적이라는 명칭을 역사적 신분등록부의 통칭으로 보아 계속하여 그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개인별 등록제 하에서는 호적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신분관계를 등록하고 공시한다는 의미에서 호적법을 신분등록법, 호적부는 신분등록부와 신분등록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어 있다. 호적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견해는 호주제도와는 달리 호적제도에 대해서는 그다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현행 호적제도가 역사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적 관념의 청산이나 家중심적인 국민의식의 전환을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명칭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향후 주민등록과의 일원화까지 고려하여 적절한 명칭을 찾아야 할 것이다.



Ⅳ. 맺는말



민적법에 의하여 현행의 호적제도의 골격이 만들어진 것은 이제 거의 한세기에 이르고 있다. 무릇 제도라고 하는 것은 오래 계속되면 그 자체로서의 생명을 취득하여 존재를 계속하려고 하고, 그 기반이었던 사회생활이 변하여도 그대로 존재를 계속하고, 거꾸로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어떠한 법률제도에나 해당할 수 있는 말이지만, 특히 현행의 호적제도에 대해서는 매우 적확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구불변하는 제도는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라도 시대적 요청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호주제도폐지를 둘러 싼 논쟁은 이제 호적제도의 개편으로 확대되어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보수파의 입장에서는 호적제도의 개편을 반드시 막아야 할 필요성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고, 개혁파의 입장에서는 호주제도 폐지의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호적제도의 개편이 필수적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호주제도는 추상적 상징적인데 비하여, 호적제도는 매우 현실적이고 감각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주제도폐지라는 명분만을 얻기 위하여 타협을 한다면 기본가족별 편제방안을 취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의 존엄이나 양성의 평등을 기한다는 호주제도 폐지의 진정한 의미를 관철하고자 한다면 역시 개인별 편제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개인별 편제방식을 위한 신분등록부의 양식을 별첨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별첨]

신분등록부(시안)

 

본인

성명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별

 

 

 

신분

사항

출생

 

인지

 

입양

 

혼인

 

이혼

 

사망

 

 

 

 

 

부모

구분

성명

주민등록번호

비고

 

 

 

 

 

 

양부

 

 

 

양모

 

 

 

배우자

구분

성명

주민등록번호

비고

 

 

 

 

 

 

 

 

 

 

 

자녀

구분

성명

주민등록번호

구분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록지

 



제4장 결론

 

사람에게 출생의 자유는 부여되어 있지 아니하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인간의 삶을 규정짓고 생존의 기초를 형성해 주는 여러 틀·제도 속에 내던져 진다. 이 범위 내에서는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에 속하는 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민법의 세계에서는 가족생활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본다. 또 그러한 것들 중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삶의 축적의 소산으로서, 법논리나 합리성만을 가지고 당부를 재단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들도 상당수이다. 의사자치의 법원리가 기능할 범위가 매우 좁은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거나 불합리하다면, 그를 시정해야 할 임무는 기성세대의 몫으로 남는다. 의사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타율적인 삶을 감내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인격적인 삶·자율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없는 자들의 몫은 분명 아니다. 이들의 삶에 호주제도가 정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근본에서부터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 과제는 현재 이를 논하고 있는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호주제도의 개편논의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전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호주제도와 호적제도는 논리필연적으로 일체화되어야 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법은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어느 한 家에 소속되어야 하며, 그 家에는 호주가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므로 그를 기준으로 하여 호적을 편제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호적제도가 호주제도에 부종하고 있다. 그 결과 호주제도를 폐지할 경우에는 호적제도의 개편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호주제도와 관계없이 신분관계공시제도로서의 호적제도는 별도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호주라는 법개념이 없이도 호적편제는 가능하다.

또한, 호적의 변경과 호주의 지위는 별개로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라는 법개념이 없이도, 호적편제는 가능하기 때문에 호주의 지위와 관계없이 호적의 변경사항이 규율될 수 있다.

둘째, 자의 성과 본에 관한 규정은 호주제도와 직접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제2장 호주와 가족의 장에서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지만(제781조 1항),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를 뿐 호주의 성과 본을 따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점들을 전제로 하여 호주제도 폐지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민법에서의 호주제도 전면 폐지와 관련된 민법 제4편 친족 중 제2장 호주와 가족 및 제8장 호주승계의 규정 삭제 그리고 친족회 규정중에서 호주규정이 삭제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민법 이외의 법령에서 「戶主와 家族」, 「戶主」, 「家」, 민법상의 「家族」개념이 채용된 규정을 당해 법령의 입법취지에 맞게 수정되어야 할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둘째, 자의 성과 본에 관한 규정은 친자법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의 성과 본에 관해서는 부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부모합의에 의하여 모성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양자법에 있어서 양자의 성과 본은 양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양친의 합의에 의하여 양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명문규정을 두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재혼녀의 경우 전부(前夫)의 자녀의 성을 법원에 의하여 변경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민법중 개정 법률안 865조의 2 제5호) 단지 성(姓)변경의 문제만이 아니고 자의 복리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면 양자법 이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세째, 호주제도 폐지에 따른 호적제도의 개편과 관련하여서는 개인별편제방식을 제안하였다. 신분공시제도로서의 개인별편제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제도이므로 일반국민이 가지는 거부감·불안감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홍보·계몽이 요구된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개인별편제방식은 그 도입과 정착을 위한 전제로서 호적 내지 신분관계공시의 전산화가 필수적이며, 검색요소인 주민등록번호의 정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전산화와 관련하여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보호, 전산자료의 관리와 안정성확보 등 상당수에 달한다. 성취해야 할 이상적인 제도일수록 그를 위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미주

1) 최대권 외 3인, 「호주제 개선방안에 관한 조사연구」(여성부, 2001), pp.20-26 참조.

2) 상동, pp.47-48.

3) 李相旭, 「日帝下 傳統家族法의 歪曲」「韓國法史學論叢」(博英社, 1991), p.386.

4) 李熙鳳, 「韓國家族法上의 諸問題」(日新社, 1976), p.238.

5) 윤진수, 「‘21세기 가족의 전망’과 ‘호적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토론회」(평등사랑변호사모임, 2002. 10. 23), p.42.

6) 학설로서는 소수설에 해당한다. 존치론에 속하는 견해로는 林正坪, 「韓國親族相續法」(檀國大出版部, 1982), pp.89-90; 奇世勳, 「戶主制度에 관한 考察」 「家族法의 諸問題」法務資料 第55輯(1984, 法務部), pp.87-97; 權寧星,「憲法學原論」(法文社, 1981), p.303; 許 營,「憲法과 家族法」 「法律硏究」第3輯(延世大學敎 法律問題硏究所, 1983), p.432-436; 鄭淇雄, 「家의 繼承과 戶主制의 役割」「衿山法學」創刊號(衿山法文化硏究所, 1998), pp.82-98; 鄭煥淡, 「‘戶主와 家族’의 制度는 保存되어야 한다」 「儒林春秋」通卷 5호(儒林春秋社, 2000. 9.); 김준원,「戶主制 廢止 主張에 대한 反論」(상동); 趙駿河, 「戶主制度는 保存되어야 한다」(상동); 具相鎭,「戶主制 廢止 주장의 오류」(상동)(鄭煥淡 이하의 글은 「호주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2000. 7. 7. 법무부가 주최한 호주제도관련토론회에서의 발제와 토론임); 李德勝·金鎭, 「戶主制度 存廢에 관한 硏究」 「比較私法」 第9卷 1號, pp.269-285 등을 들 수 있다.

7) 許 營, 앞의 논문, p.419.

8) 상동, p.420.

9) 상동, p.434.

10) 鄭淇雄, 앞의 논문, p.85.

11) 方勝柱, 「憲法訴訟事例硏究」(博英社, 2002), pp.386-387.

12) 상동, p.387.

13) 상동, p.390.

14) 朴秉濠, 「家族法論集」(도서출판 진원, 1996), pp.69-70.

15) 李凞培, 「民法上 戶主制度의 違憲性·非歷史性考察」 「現代家族과 家族政策」(三英社, 1988), p.550.

16) 상동, p.223. 이 제안에서는 戶主制度를 家長制度로 대체하고 戶主相續制度를 폐지하되 祭祀用財産은 관습상의 祭祀相續人이 승계하며, 祭祀相續人은 直系卑屬長男子임을 원칙으로 하고 관습이나 被相續人의 유언에 의한 지정도 가능한 것으로 정한 바 있다.

17) 裵慶淑, 「戶主制度와 養子制度의 問題點」 「인하대 사회과학논문집」 제1집, p.186.

18) 金疇洙, 「家族法改正案」 「民事法改正意見書」(博英社, 1982), p.126.

19) 최대권 외 3인, 앞의 연구보고서, p.127. 수정·보완의견을 존치론에 포함시키면 존치론이 58,7%에 달하고, 단순 폐지론은 39.4%이다(상동, p.128).

20) 상동, p.129.

21) 朴秉濠, 앞의 책, pp.199-200.

22) 靑木 淸, 「韓國의 戶主制度 - 그 系譜的 檢討」 「家族法의 變動要因과 現狀」(세창출판사, 1998), pp.240-242.

23) 朴秉濠, 앞의 책, p.206.

24) 상동, pp.203-204.

25) 상동, p.203.

26) 2001헌가11-15(민법 제778조(호주제)), 2001헌가9,10(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부분(호주제))

27)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3월 10일 “호주제 관련 규정인 민법 제778조와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부분은 가족간의 종적 관계, 부계우선주의, 남계혈통계승을 합리적 이유없이 강제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배되며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표명하였다.

28) 예컨대 가족을 부부, 미혼의 자녀(친생자,양자)로 구성한다고 할 때 조손간, 혼인한 형제자매간은 가족이 아닌 것으로 되는데 이러한 법상의 가족개념은 우리의 전통적,사회통념상의 가족의식 내지 관념과는 아주 동떨어진 것이다. 민법에 가족개념을 두는 경우에는 가족개념을 어떻게 설정한다 하더라도 법상의 가족과 현실의 가족의 불일치는 피할 수 없게 된다

29) 부차적인 것이기는 하나, 가족개념을 민법에 두게 되면 이것이 표준적, 정상적 가족으로 간주되고 그 밖의 가족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을 조장할 우려도 있는데 이는 가족생활의 모습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하겠다.

30) 신분등록의 문제는 가족의 권리의무나 가족윤리와는 무관한 것으로, 순전히 신분사항을 등록하여 공시하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이다(조대현, “개별적 신분등록제도”, 법률신문 제3145호(2003, 2, 10)).

31) 개별적 신분등록제도의 내용,장점,문제점 등에 관하여는 조대현, 전게논문 참조할 것.

32) 2002호파262 위헌제청신청

33) 구미와 일본에서 자녀의 성을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정한다는 논의는 부부별성제를 선택한 부부의 경우에 관한 것이다. 부부동성을 취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34) 민법개정안 제865조의 2 제1항은 “자는 부모가 협의한 바에 따라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부 또는 모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민법은 부모의 성이 다른 경우 공동친권자인 부모는 자녀의 성을 협의에 의하여 부 또는 모의 성으로 정할 수 있으며 부모가 자녀의 출생 후 1달 내에 자녀의 성을 결정하지 않으면 법원이 부모의 일방에게 결정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자의 성 결정권을 가진 부모의 일방이 법원에서 정한 기간 내에 자녀의 성을 정하지 않으면 결정권을 가진 부 또는 모의 성이 자녀의 성으로 된다고 하고 있다(독민 제1617조).

일본의 “부부별씨의 법제화를 실현하는 회”의 개정시안도 자의 성은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부 또는 모의 성으로 하되 협의부조시에는, 가정재판소에 심판을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戶田博史, 家族の法と歷史(世界思想社,1993), 110면) .

그밖에 자녀의 성에 대하여 부모의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 자의 성은 부의 성으로 된다는 예(오스트리아, 그리스)와 모의 성으로 된다는 예(북구 제국 )도 있다.

35) 1989,1,18 발표된 동경변호사회의 개정시안이 취하고 있는 태도로서, 동 시안은 민법에 命名에 대하여 명문규정이 없고 또 국제결혼에 있어서 자의 성에 대한 협의부조시의 구제규정이 없지만 이 때문에 결정이 계속 방치되어 곤란했다고 하는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출생시 까지는 약 10개월이라는 충분한 숙려기간이 있으므로 법률이 이에 관여할 필요는 없고 부모로서의 자연의 애정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戶田博史,전게서, 110-111면).

36) 戶田博史, 전게서, 112면.

37) 노르웨이, 덴마크는 형제자매의 별성을 인정하고 있다.

38) 이 방법은 다시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처리방법에 관하여 법에 그 구제규정을 둘 것인가에 따라 두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지엽적인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안으로 다루기로 한다

39) 「21세기 여성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연구」(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 정책조정관실, 2000)에 의하면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73%, 부모의 성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18.6%, 부모 성을 함께 쓰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8.4%이었다

40) 김선욱,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과 한국여성입법정책”, 법학논집 제4권 제4호(이화여자대학교 법학연구소,2000), 151면.

41)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결정 2002호파262 위헌제청신청.

42) 위 위헌심판제청이유 참조.

43) 중국혼인법 제22조도 자녀는 부성을 따를 수 있고 또한 모성을 따를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44) 민법개정안 제865조의2(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모가 협의한 바에 따라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부 또는 모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정한다.

② 형제자매는 동일한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

③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④ 부모 중 일방을 알 수 없는 자는 다른 일방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⑤ 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창설한다.

45) 전게, 「21세기 여성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연구」 참조).

46) 高橋菊江,折·美耶子, 二宮周平,夫婦別姓への招待〔新版〕(有斐閣,1995), 185면

47) 극한적 상황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주장할 때 서양사람들이 하느님과 성경을 들먹이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거짓이 있다면 성을 갈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성을 간다는 것은 조상에 대한 무례의 극치이고 자신 및 조상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라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48) 「호주제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여성부정책개발평가 담당관실, 2001)에 의하면 이혼한 여자가 자녀를 데리고 재혼할 경우의 자녀의 성씨에 대하여. 어머니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9.2%,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25.6%,친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26.1%,부부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의견이 39,1%이었다

49) 이는 우리나라에서 현시점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50) 예외적으로 입양특례법에 의한 경우는 양친이 원하면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51) 친생자에 대하여 부의 성을 따름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합의에 따라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취할 경우와의 균형을 말한다.

52) 다만 양친의 친생자 또는 양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들과 성을 같이 한다.

53) 일본의 민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요강, 1996년 第四 자의 씨 三 자의 씨의 변경 5는 씨를 바꾼 미성년자의 복성을 인정하고 있다.

54) 당해법률·시행령 등에서 가족의 개념·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로는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원직원법, 국군포로대우 등에 관한 법률, 대통령경호실법,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소득세법,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 조세특례제한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이 있다.

55) 개별 법률 가운데 스스로 또는 시행령 등에서 가족의 정의 내지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바, 가족의 범위에 관하여 해석상 다툼이 있을 수 있고 또한 이를 어떻게 확정하느냐에 따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큰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범위를 특정하는 입법(당해 법률 또는 시행령)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56) 개별법령이 쓰고 있는 “가족”이라는 용어 가운데에는 예컨대 헌법 제12조 5항, 제36조 1항, 보건의료법 제10조 등의 경우와 같이 혼인, 혈연, 입양 등에 의하여 결합하여 동거, 협동하는 친족적 생활공동체라고 하는 광의 내지 일반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에도 호주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그 용어를 삭제할 필요가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57) 물론 모의 성을 따랐던 혼외자가 부의 인지에 의하여 부의 성을 따르는 것 ,부모를 알 수 없어 성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되어 부 또는 모의 성을 따르는 것은 물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성의 변경은 양자의 경우에만 인정하여야 한다는 뜻은 재혼가정의 자녀가 모의 혼인만으로 계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호주제도 폐지에 따른 법제도의 정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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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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